B급 감성으로 935만뷰 대박…'6급 초고속 승진' 충주맨의 비결 [영상]

최종권 2024. 1. 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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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운영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선태 주무관이 3일 오전 충주시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주시청 김선태 주무관 7년 만에 9급→6급


상수도 공사를 알리는 맨홀행 ‘슬릭백(미끄러지듯 추는 춤)’, 푸바오(판다) 분장으로 생옥수수 먹기, 신들린 악성 민원인 연기까지. 그가 만든 이런 영상은 조회수가 매번 수십만을 넘는다. 충북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선태(37) 주무관 얘기다.

김 주무관은 지난 1일 자로 6급으로 승진했다. 그가 9급에서 6급까지 걸린 기간은 7년으로, 통상 15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초고속 승진이다.

김 주무관이 승진한 것은 유튜브 채널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다. 그는 4년 8개월 동안 유튜브 영상·인터뷰 등 249편을 제작했다. 충주시 행정을 소개하거나 캠페인 등을 담은 내용이다. 이 가운데 조회 수 1위는 2020년 5월에 올린 ‘공무원 관짝춤(935만회)’이다. 아프리카 가나의 장례문화를 공무원들이 패러디한 영상이다. 김 주무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생활 속 거리두기 잘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개설한 충TV 구독자 수는 지난달 50만명을 넘었다. 한 달 새 구독자가 더 늘어 3일 기준 54만 4000여명에 달한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틀어 가장 많다. 충주시 인구(20만8000명) 2배가 넘는다.
김선태 주무관. 사진 유튜브 채널 ‘충TV’ 캡처


1년 예산 62만원…“남들과 다른 'B급' 통했다”


김 주무관은 “솔직히 이 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서울에 가면 충주를 청주로 헷갈리는 사람이 많아 속상한 때가 많았다”며 “유튜브 덕에 지금은 충주가 더 유명진 것 같다”며 웃었다. 충TV는 이른바 ‘B급(주류에서 벗어난 하위문화)’ 콘텐트가 잇따라 대박을 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주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 밈(meme)이나 챌린지 영상 등을 활용한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인터뷰하는 ‘공무원의 낮은 자세 토크’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충TV에 가끔 등장하는 조길형 충주시장을 ‘길형이 형’으로 부른다. 시 산하기관이나 관광지 소개, 정책 홍보, 공직사회 애환을 재치있게 담아낸다는 평이 많다.

김 주무관은 “2019년 충주시 유튜브를 시작할 때 다른 공공기관 채널을 둘러보니 다 망해 있었다”며 “홍보에서 중요한 것은 조회 수인데 영상을 본 사람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거나, 심지어 ‘0’인 것도 봤다.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다르게, 솔직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충북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운영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선태 주무관이 3일 오전 충주시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주 알려 보람” 혼자서 기획·촬영·편집


충TV는 초창기부터 김 주무관이 기획·섭외·촬영·편집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한 해 예산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 연간 사용료 62만원이 전부다. 김 주무관은 “상당수 지자체는 수억 원을 들여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전문가를 채용해 유튜브를 운영한다”며 “충TV는 혼자 촬영하고 편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B급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오히려 차별점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주로 인터넷 유머 게시판이나 다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는다. 김 주무관은 “요즘 유행하는 주제나 밈, 표현 방식을 다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는 수첩에 적어 놓는다”며 “최신 트렌드에 공익적인 요소, 재미를 가미하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충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왔다. 아주대 2학년 때 중퇴를 결심한 뒤 판사가 되고 싶어 사법고시에 도전했다. 그는 6년 동안 신림동에서 고시를 준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이후 진로를 바꿔 1년 6개월 정도 공부해 공무원에 합격, 2016년 충주시 산척면에서 9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김 주무관은 “영상 소재를 충주에만 국한하지 않고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결합한 게 인기 비결”이라며 “지방 소도시인 충주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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