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 대단" 日항공기 379명 기적의 탈출…90초 룰 덕 컸다

김상진 2024. 1. 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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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탈출”. 지난 2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발생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 사고 직후 불타는 여객기에서 승객과 승무원 379명이 모두 무사하게 탈출한 것을 두고 나온 외신 반응이다. 3일 BBC는 “기체 크기와 탑승자 수를 고려하면 전원 대피는 정말 기적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일본항공(JAL) 소속 항공기가 불에 타 있다. 전날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 직후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MA722편)와 충돌했다. 교도=연합뉴스

마지막 승객까지 모두 대피시킨 다음에야 여객기에서 내린 승무원과 조종사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BBC는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승무원들을 칭찬했다”며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도 이날 관련 기사에서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짐을 놔두고 빠르게 대피하도록 조치한 건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전했다.

단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타박상 등 부상자도 14명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전원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90초 대피훈련’ 덕분이란 평가도 나왔다. 3일 아사히신문은 “여객기 승무원은 연 1회 여객기 기체에서 승객 전원을 90초 이내에 탈출시키는 훈련을 한다”며 “거의 만석인 JAL 여객기에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건, (훈련 내용에 따라) 기장·승무원·승객이 침착하게 행동한 결과”라고 짚었다.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착륙 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을 포함한 379명 전원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EPA·지지=연합뉴스

사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도 이를 증명한다. 승객이 기내에서 촬영한 영상에선 창문 밖으로 오렌지빛 화염이 솟아오르고 기내에 자욱한 연기가 가득했다. 어린이와 여성들이 “빨리 나가게 해달라”며 울면서 절규하는 상황에서 승무원은 “(대피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외쳤다.

다만 일부 승객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내에서 자세를 낮추라는 지시는 있었지만, 혼란스러운 와중에 도망치라는 명확한 안내는 없었다”며 “(승무원들의 유도가 아니라) 앞사람을 따라간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제관 지시 착각해 사고났나


이날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사고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별도로 일본 경시청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관계자들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항공관제관의 지시를 착각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집중 보도했다. NHK는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를 인용해 “관제관이 JAL 여객기에 활주로 진입 허가(착륙 승인)를, 해상보안청 항공기에는 활주로 진입로 앞까지 주행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그런데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기장은 사고 직후 “이륙 허가를 받았다”며 관제관 지시에 따라 활주로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관제관 지시를 오인해 활주로에 진입하면서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단 얘기다.

이날 국토교통성이 공개한 교신 기록에서도 이런 정황이 나왔다. 국토교통성은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해선 활주로 진입을 허가한 기록은 없다"며 "활주로 정치 위치는 어디까지나 유도로를 가리키는 것으로, 교신기록상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한 이륙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기장을 제외한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은 모두 숨졌다. 이 항공기는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 반도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니가타(新潟) 공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3일 하네다 공항 제2터미널 체크인 구역에 여행객들이 붐비고 있다. AFP·지지=연합뉴스

JAL 기장 출신인 일본의 한 항공평론가는 “일본 공항에서 발생한 이렇게 큰 충돌 사고는 기억에 없다”며 “교신 기록이 사고 원인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NHK에 따르면 JAL 여객기(A350 기종)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가 일본에 사고 관련 전문가들을 급파했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방송에 “일본 측의 사고 조사를 기술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게 파견 목적”이라고 밝혔다.

연말연시에 사고까지 겹친 하네다 공항에선 이번 사고로 결항편이 급증하면서 비행기를 놓친 사람들로 이틀째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 도쿠시마(徳島)현에 거주하는 70세 여성은 NHK에 “하네다에서 하와이로 가려다가 결항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사고 여객기가 출발했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신치토세(新千歳) 공항도 무더기 결항 탓에 200여명이 공항에서 밤을 새웠다고 방송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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