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후 멈춘 것들
[박소희, 남소연, 권우성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흉기 피습으로 치료중인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 있다. |
ⓒ 남소연 |
선거제 토론회도 취소... "설 이후 본회의"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어떤 비례대표제를 운영할 것인가'다. 4년 전 국회는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의석만 나누는 병립형에서 정당 득표율의 절반을 반영해 전체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은 비례 의석 배분에 제약이 있는 준연동형으로 제도를 바꿨지만 위성정당 사태로 선거제 개편 취지는 사라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다시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내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이와 관련해 12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역별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최병천 신성장연구소 소장과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는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의 맞불 토론회를 개최했다(관련기사 : "국힘 1당 만들 건가" – "민주당 찍을 이유 뭔가" https://omn.kr/26tl8). 더민초는 3일 2차 토론회를 열어 선거제별 시나리오, 총선 전략 등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전날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토론회를 잠정 연기했다.
당 차원의 논의도 더디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30일과 12월 14일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토론했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그 사이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총선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3일 의총 후 취재진을 만난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선거법 관련해선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알렸다. 그는 또 역대 사례를 볼 때 2월쯤에야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는 듯 "(1월 9일 본회의 후에는) 설 연휴 이후로 국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술 후 회복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주변에 3일 오전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 권우성 |
민주당은 눈앞에 맞닥뜨린 분당 위기 앞에서도 한 번 숨 고를 기회를 얻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2일 아침만 해도 라디오 인터뷰 등으로 신당 창당 행보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지만, 2일 이재명 대표가 습격당한 다음날에는 '공개 일정 없음'을 공지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쪽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출발 선언 이런 것들이 늦어질 뿐, (탈당 후 신당 창당) 방향은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이재명계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정성호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사건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리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낙연 대표가 좀 재고해 주셨으면 한다"며 '하여튼 평생을 민주당과 함께해 온 분인데 지금 단계에 와서 본인과 좀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당을 떠나는 것은 그분들과 함께해 온 많은 분들, 또 이낙연 대표를 지지하고 사랑했던 분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워온 '원칙과상식'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최후통첩 시기도 약간 미뤄졌다. 한 관계자는 "이번 주에는 뭔가 결론을 내리려고 했는데 (이 대표 피습으로 당장 움직이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이 상황에서 대표에게 무슨 통첩을 하고 요구를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 이번 일로 지지자나 당원들은 이재명 중심으로 결집할 거다. 그냥 '이재명 당'으로 가지 않겠나"라며 '헤어질 결심'을 드러냈다.
입법도, 김건희 특검도 잠시... "당, 차질 없이 운영"
국회 분위기도 무겁다. 여야는 1월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을 다루는 2+2 협의체 회의를 연기했다. 이 대표 피습과 무관하게 국회사무처의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정부 이송도 미뤄졌지만, 추후 일정대로 법안이 넘어가더라도 정부가 즉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는 살짝 난감한 분위기다. 물론 이 또한 시간 문제일 뿐, '이송 즉시 거부권 행사'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은 그대로다.
이재명 대표 본인 재판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백현동, 성남FC 의혹 관련 뇌물·배임 등의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위증교사 의혹의 경우 다른 사건보다 구조와 쟁점이 단순해 오는 8일 첫 공판을 시작하면 4월 총선 전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지만 피습 사건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어졌다. 다른 재판은 물론 아직 진행 중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원활한 당 운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의총 후 취재진에게 "대표께서 병원에 언제까지 계실지 현재로는 알 수 없지만 당무 복귀까지 차질 없이 당무를 집행토록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알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과 관련해 "대표와 소통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와 상의 되는 대로, (발표 시기는) 대표와 결정하겠다"며 "하루 이틀 영향이 있을지 모르지만, 큰 흐름에는 문제없을 거라 보고 그렇게 지켜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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