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30분부터 학교가는 초등학생?... "현장 혼란"
[윤성효 기자]
▲ 전교조 경남지부는 3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인 늘봄학교 추진을 중단하고, 국가의 돌봄 정책을 전면 전환하라”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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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이 희망하는 초등학생들에 대해 오전 7시 30분 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봄'이 가능한 '늘봄학교'를 추진하자 교육현장에서 '혼란'과 '업무과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노경석)는 3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인 늘봄학교 추진을 중단하고, 국가의 돌봄 정책을 전면 전환하라"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해 1월 '초등 전일제'의 하나로 '늘봄학교'를 추진하기로 하고, 전국 8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범운영에 들어가지 않은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경남형 늘봄학교'를 2024 학년도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희망하는 초등학생에 대해 정규수업 전후 교육·돌봄을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초등학생 정규수업은 대개 1학년은 오후 1시, 나머지 학년은 오후 3시 정도에 마치고 이후부터 오후 5시까지 방과후수업이 진행된다. 교사의 근무시간은 대개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4시 40분 전후다.
교육청은 이른 등교로 돌봄이 필요한 초등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전까지 오전 7시 30분~8시 30분 사이 '아침돌봄', 오후와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 참여 학생중 추가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5~8시 사이 '저녁돌봄'을 하기로 했다.
돌봄을 이용하는 학생한테는 석·간식을 무상 제공하고, 아침돌봄 운영시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며, 학생 안전 지도와 보호자 동행 귀가 대책을 강화한다는 게 교육청의 방침이다. 오후 5시 이후 돌봄교실 운영시 학생과 돌봄전담사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도우미 활동비를 지원한다.
'경남형 늘봄학교'는 희망하는 초등학교 중 22개교를 대상으로 하고, 희망학교에 한해 업무전담 인력이 배치된다.
교육부·교육청은 "늘봄학교 운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과 돌봄 수요 해소로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고,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단계적 업무지원으로 늘봄학교의 현장 안착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초등학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혀, 늘봄학교 정책 강행을 시사했다.
"정부는 더 이상 학교에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전교조 경남지부는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야기하는 '늘봄학교'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조차 계속 연기하며 뚜렷한 안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들은 "교육부의 정책을 교육부가 발표도 하기 전에 시도교육청별로 '〇〇형 늘봄학교 운영 계획'으로 먼저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이름만 '늘봄학교'일 뿐, 기존 '초등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양적 확대한 정책에 불과하다. 국가의 돌봄 정책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했다.
'경남형 늘봄학교'와 관련해서는 "그간 방과후학교 업무와 돌봄 업무를 교사에게서 분리하겠다는 경남교육청의 노력 및 정책 방향과도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향후 시범운영 학교가 아닌 학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교육청은 즉시 시범운영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아이들에게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방과후학교나 돌봄으로 학교에 오래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아이들과 가정을 위한 정책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일-가정 양립은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기는 방식이 아닌,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가정의 돌봄을 적극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호자의 사교육비 지출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방과후학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지만, 보호자의 사교육비 지출은 줄지 않은 채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세계 최저의 출생률과 낮은 행복지수는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국가의 돌봄 정책은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국가가 전면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육부가 아닌 별도의 전담 부서와 예산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늘봄학교'라는 교육부의 한 정책으로 돌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경남형 늘봄학교의 과제 중 행정업무 분리형 모델 시범운영 계획을 철회하라", "정부는 학교 내 방과후학교 운영 및 돌봄 시간 확대가 아닌 가정 내 돌봄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동 여건을 개선하라", "정부는 더 이상 학교에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교육부 외 별도의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지자체와 함께 국가가 전면적으로 돌봄을 책임져라"라고 촉구했다.
노경석 지부장은 "늘봄학교 정책은 오랜 시간 동안 교사들을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장시간 학교에 잡아두겠다는 것이다. 교사 정원은 줄어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3400명에 이어 올해 2500명이 감축될 예정이다. 경남은 올해 초등 75명과 중등 116명이 감축된다"라며 "정규 교육과정은 열악해지는데, 교육당국은 교육환경 개선에 더 신경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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