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집값, 둘째·셋째는 사교육비 부담에 출산 주저”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둘째 계획을 두고 남편과 고민이 깊다. 집 대출에 자녀 두 명의 사교육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다. A씨는 “맞벌이인데도 주택담보대출과 현재 6세 자녀 교육비로 적지 않은 비용이 나가고 있어 둘째 갖기가 주저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집값과 사교육비가 자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가운데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3일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첫째 자녀 출산은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 초등학교 사교육비의 영향을 크게 받고, 둘째 자녀 이상 출산은 매매·전세가격과 함께 고등학교 사교육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9~2022년 16개 광역지자체의 전년도 출산율, 주택 매매·전세가격, 초중등 사교육비와 이듬해 자녀별 출산율 간 상관관계를 살폈다.
분석 결과, 첫째 자녀 출산에는 전국 기준 전년도 주택 가격(매매+전세)이 30.4%, 사교육비는 5.5%가 출산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은 주택 가격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38.4%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이어 둘째 자녀 출산은 주택 가격이 28.7%, 사교육비가 9.1%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고, 셋째 자녀 이상은 주택 가격 27.5%, 사교육비 영향이 14.3%로 조사됐다.
모든 자녀 출산에 주택 가격의 영향이 큰 가운데 둘째, 셋째 자녀 이상 출산에선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증가(5.5%→9.1%→14.3%)하는 걸 알 수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특히 첫째와 둘째 자녀는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셋째 자녀 이상은 중·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첫째·둘째·셋째 자녀 이상에 대한 출산율 회복에는 각각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상황으로, 합계출산율 1.0명을 회복하기 위해선 첫째 자녀 출산을 우선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출산율 2.1명 회복을 위한 단계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컨대 첫째 자녀 출산을 위해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둘째 자녀 이상은 사교육비 문제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부연구위원은 “1990년대 말에는 주택 가격 상승 충격이 발생한 후 첫째 자녀 출산율 하락 반응이 10개월 이상 소요됐는데, 2010년대 중반부터는 집값 급등 후 출산율 하락 시차가 점차 짧아지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첫째 자녀 출산을 위해선 무주택 예비 유자녀 가구에 대해 민영·공공 특별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추가 청약가점 부여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취득세 면제 제도를 확대해 결혼, 출산 때도 취득세 면제를 적용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자녀 이상 출산을 위해선 다자녀 기준 완화를 교육 정책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특별공급 다자녀 기준을 기존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처럼 현재 셋째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금을 일부 조정해 둘째 자녀에게도 교육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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