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천지 신도, 이단상담소에 위장접근해 정보 빼내려다 들통

법원, 업무방해죄로 벌금형 약식명령 내려
신천지 대전지파 신도들, 바이블백신센터에 회심상담 받는 척 접근해 상담 내용 등 빼내

수료식 가운을 착용한 신천지 신도들이 지난해 11월 1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을 지나가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가 이단상담센터에 신도들을 위장 잠입시켜 관련 정보를 빼내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범행에 가담한 신천지 신도들에게 업무방해죄를 물어 벌금형에 처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판사 김영호)은 지난해 8월 11일 신천지 맛디아지파 섭외부 소속 A(39)씨와 B씨(33)에게 각각 벌금형 200만원과 50만원에 처한다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실제로 위장 잠입한 신도 C씨에게는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 대전·충청지역을 담당하는 맛디아지파 섭외부 신도들인 이들은 대전도안교회(양형주 목사)에 위장 신자로 등록한 뒤 이 교회가 운영하는 이단 상담소 바이블백신센터에서 이단 회심 상담을 받으며 상담자들의 인적사항과 상담 내용 등을 불법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법원은 A씨와 B씨가 바이블백신센터의 개종자 상담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약식명령서에서 이들 신도 세 명이 “일종의 점조직 형태로 도안교회에 위장 신도로 잠입해 이단 상담자 인적 사항, 상담내용, 교리 전파방법 등을 파악함으로써 신천지 신도들의 이탈을 막기로 순차 공모했다”고 범죄사실을 적시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교회의 부속기관인 바이블백신센터를 설립해 신천지로부터 회심하고자 하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이단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고인 A는 2021년 3월쯤 C에게 위 도안교회에 위장 신도로 등록해 신천지에서 이탈한 상담자들의 인적사항과 상담내용을 파악하도록 지시하고, C는 이를 승낙했다”며 “2021년 가을쯤 피고인 B에게도 C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지시하면서 C에게 피고인 B를 소개해 주고, C는 피고인 B를 직접 만나 바이블백신센터의 상담을 받는 방법을 안내했다”고 했다.

법원은 B씨와 C씨가 개종할 것처럼 가장해 도안교회 신자로 등록했고, 바이블백신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며 이단 상담자의 인적 사항, 상담내용 및 노하우 등을 파악해 텔레그램을 통해 A씨에게 보고, 공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형주 목사는 “이번 사건은 이단 상담소에 스파이를 침투한 것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적발, 처벌한 최초의 사례다”며 “추후 신천지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이를 문제 삼아 신천지가 처벌받는 것에 대한 법적 사례를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 목사와 함께 이단 상담 사역을 돕는 구리이단상담소의 신현욱 목사는 “그동안 신천지는 본 건 외에도 대부분의 이단 상담소에 상담소의 반증 자료나 방문자, 회심자 정보파악을 위해서 스파이를 심어왔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스파이는 조직 특성상 윗선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한 일임에도 꼬리 자르기를 통해 윗선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번 판례는 매우 의미 있다”며 “이번 판례가 신천지의 악행을 그치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천지 측은 이를 부인한다.

부산이음상담소의 권남궤 목사도 “신천지의 추수꾼 침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좋은 판례이다”며 “정통교회에 침투해서 포교 활동 중인 신천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단 피해자들을 돕는 홍종갑 법무법인 사명 대표 변호사는 “이단 신천지가 그동안 한국 교회에 신도들을 침투시켜 적극적으로 포교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음에도 개교회서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천지에 피해를 보는 개교회가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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