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대반전 일어났다…美 매체 "샌디에이고와 계약 임박"→김하성과 한솥밥 먹나 (종합)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고우석의 운명의 날, 극적인 계약 임박 소식이 전해졌다. 행선지는 김하성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의 '처남' 이정후가 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자신의 SNS에 "한국의 우완투수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입단이 임박했다. 마무리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 사실을 알리며 고우석의 미국 진출에 대한 의지가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은 말한 적이 있는 고우석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도전이었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할 경우 3개국 사무국이 맺은 협약에 따라 신분조회 요청을 거쳐야만 해외 구단들과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을 진행하거나 FA(자유계약)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LG 구단으로서는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룹과의 논의 끝에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했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이 먼저 포스팅을 해보고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안받으면 그때 가서 다시 얘기를 하기로 했다. 고우석 본인도 터무니 없는 금액이라면 미국에 가고 싶겠나. 어느 정도 제안을 받으면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고우석을 보내면 돈(포스팅 금액)을 받아야 한다. 그 금액도 확인해 봐야 한다"며 "최종 결정은 구단주께서 하신다. 나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만 도와주는 식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KBO는 11월 28일 "LG 구단의 요청에 따라 고우석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해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2월 5일 "MLB 사무국으로부터 고우석에 대한 포스팅 의사를 MLB 30개 구단에 12월 4일(미국 동부시간 기준)자로 공시했음을 통보받았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영입에 관심이 있는 MLB 구단은 12월 5일 오전 8시부터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알렸다.
고우석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이었고, 계약 마감일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 한국시간 기준 1월 4일 오전 7시였다.
같은 날 포스팅이 공시된 '처남'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72억원)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는 동안, 고우석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달을 보냈다. 그나마 연결이 됐던 팀은 샌디에이고가 아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일간지 '벨레빌 뉴스 데머크랏'은 11월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FA(자유계약) 시장에서 고우석과 함께 일본인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 영입을 검토할 것"이라며 "불펜 보강에 나선 세인트루이스가 두 선수를 불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지 알아볼 예정이다"고 전했다.
올 시즌 세인트루인스는 71승91패(0.435)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지구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투수 보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세인트루이스는 카일 깁슨과 랜스 린, 소니 그레이를 영입했고, 여기에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강력한 구위를 뽐내는 고우석이 세인트루이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고우석과 함께 언급된 마쓰이는 지난달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행선지를 찾았고, 세인트루이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타일러 오닐을 보내고 우완투수 닉 로버트슨, 빅터 산토스를 영입하면서 마운드를 보강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식 입단을 마치고 귀국한 이정후에게 "가족인 고우석 선수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준비 중인데, 계약 소식을 접한 뒤 어떤 얘기를 들었고 또 고우석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묻자 이정후는 "우석이가 축하한다고 연락했고, 사실 계약에 대한 건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조카 잘 있냐고 물어봤다"면서 일상적인 소식만 전했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낸 이번 겨울은 고우석의 미국 진출 적기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그리고 계약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예상치도 못한 샌디에이고행 소식이 전해지며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기고 있는 고우석이다.
헤이먼 기자의 트윗 이후 고우석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현지 매체들에게서 헤이먼 기자의 트윗을 인용한 기사들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클러치포인츠'는 고우석의 얼굴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매체는 "샌디에이고는 FA 조시 헤이더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불펜을 정조준하고 있다"면서 "후안 소토를 이적시킨 샌디에이고는 조시 헤이더까지 떠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샌디에이고에게는 대체자가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우석의 계약 임박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LG 트윈스 구단이 고우석의 미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LG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우석 선수는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며, LG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고우석 선수는 금일(3일) 메디컬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조만간 현지 매체들을 통해 계약 규모와 구단의 공식 입장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입단 첫해부터 올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354경기 368⅓이닝을 소화해 19승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고,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았다.
고우석은 입단 첫해였던 2017년 25경기 26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가능성을 나타낸 데 이어 이듬해 56경기 67이닝 3승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로 전년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받았다.
고우석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건 2019년이었다. 그해 65경기에 등판, 71이닝 8승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마크하면서 LG의 새로운 클로저로 발돋움했다.
매 시즌 과정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고우석은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전년도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고우석은 2022년에도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그해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하이 달성과 함께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 홀더가 된 건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고우석의 호투와 함께 팀도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23년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승선했으나 담 증세로 대회에서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에는 우측 어깨 회전근개 근육 극상근 염증 진단을 받으면서 전열에 이탈했다.
4월 18일에야 첫 등판에 나서며 늦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5월 다시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6월 복귀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무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뒤, 휴식을 취하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고우석은 당시 "같이 했던 선배들이 힘써줬던 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오늘 결과로 보답을 할 순 없지만 그날 이후로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에 나갔던 선수들이 결과를 잘 내서 나는 그냥 숟가락을 올린 것밖에 되진 않는데, 너무 기쁘고 죄송스럽고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44경기 44이닝 15세이브, 3승8패, 평균자책점 3.68. 몇 번의 부상으로 시즌 자체도 평탄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 역시 순조로운 길을 걷지는 않았다. 한국시리즈 직전 허리 근육통이 찾아 왔고, 중요했던 1차전 동점 상황에서 결승타를 허용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3차전에서는 한 점으로 앞선 상황 박병호의 투런포 포함 3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오지환의 드라마같은 역전 스리런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5차전, 결국 29년 만의 LG 우승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건 고우석이었다.
고우석은 한국시리즈 5차전 팀이 6-2로 앞서 있던 9회초 박경수를 3루수 파울플라이, 조용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배정대에게 2루수 뜬공을 이끌어내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불안한 모습 없이, 마무리다운 마무리였다.
그렇게 우승이 확정되고, 고우석은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정규시즌 개막 후 회복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복귀전을 치른 뒤 인터뷰에서, 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후, 세 번째 눈물이었다.
고우석은 "항상 질 때마다 울었는데, 올해는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만큼 부상이 많았던 시즌이 없었는데, 그래도 팀원들이 시즌을 잘 치렀다. 내가 크게 도움이 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면서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이런 순간에 내가 마무리를 할 수 있어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당시 고우석은 "마지막에 좋은 공을 던지고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 시즌을 준비에는 회복도 중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레이드설이 있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남고, 고우석까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2024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아주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게 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어 양 팀은 정규리그에서 13차례씩 맞붙는다. 김하성과 고우석,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는 흥미로운 장면이 1년 중 13번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가족이면서 루키인 고우석과 이정후의 맞대결은 현지 팬들에게도 흥미로울 장면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2024 정규리그 미국 본토 개막전부터 만난다.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은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오타니 쇼헤이에게 7억 달러(9240억 원)를 투자해 영입한 LA 다저스와도 격돌한다.
김하성의 트레이드설이 계속해 나오면서 한 일본 매체는 "서울시리즈의 주력 선수였던 샌디에이고의 내야수 김하성은 현재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고 있어 서울시리즈 출전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일본 팬들이 서울시리즈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김하성이 트레이드 된다 하더라도 고우석이 샌디에이고로 간다면 서울시리즈에 한국 선수가 '제로'가 될 일은 없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남으면 당연히 김하성과 고우석, 두 선수가 서울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미국 본토 개막전은 한국시간으로 3월 29일 개최된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리는 4연전으로 2024시즌을 시작한다. 더 넓은 무대로 향한 한국 대표 타자와 대표 투수의 미국에서의 맞대결,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고우석 2017~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성적
-2017년: 25경기 26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50
-2018년: 56경기 67이닝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
-2019년: 65경기 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
-2023년: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사진=엑스포츠뉴스DB, 클러치포인츠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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