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약속부터 안 지킨 태영건설, 오늘 채권단 설명회 개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채권단 설명회에서 납득할 만한 강도 높은 자구안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주주의 자구 노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어 SBS나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채권자협의회 구성 및 운영, 태영건설 존속 능력 평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리 기준 수립 등 오는 11일에 열릴 제1차 채권자협의회 안건이 다뤄진다.
◆채권단 기대 부응할 자구계획 나올까= 태영건설의 자구안도 일정 수준 공개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PF 대출 보증액만 9조원이 넘는 태영건설은 이날 설명회에서 자구안을 통해 채권단을 설득해야 한다. 고강도의 자구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자구안에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와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대주주 사재 출연, 추가 지분 담보 등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자구 의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어서다. 당국과 채권단은 3000억원 이상의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을 최소한이라도 내놓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 측이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채권단 설득이 어려워질 경우 최후의 카드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건설 자구안에 이행 확약 등의 장치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측이 당초 약속과 다르게 자구 노력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BS 지키려 태영건설 포기하나' 의구심 증폭=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451억원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상환하지 않았다. 당초 태영건설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오너 일가가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062억원(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416억원·윤재연 블루원 대표 513억원·TY홀딩스 1133억원) 중 1550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하기로 했으나, TY홀딩스의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이다. TY홀딩스의 채무보증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약 890억원을 최근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TY홀딩스는 앞서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해주기로 의결·공시했으나 지키지 않은 데 대해 전날 금전대여 결정 공시 후 "1133억원 가운데 400억원만 우선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1133억원 한도, 기간은 1년으로 태영건설이 필요한 금액을 요청하면 협의해 지원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상환을 위해 요청한 400억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733억원은 태영건설의 필요 상황에 따라 실행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TY홀딩스가 핵심 계열사인 SBS만 남기고 태영건설을 포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꺼지지 않는 논란 속에 윤세영 창업회장은 전날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새해 인사말에서 "채권단은 물론 우리와 함께하는 현장 협력업체와 그 가족, 수분양자와 입주예정자 등 모든 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졸업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 불명예스럽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태영건설이 위기를 극복해내면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 관련 만기가 도래한 48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워크아웃 수순을 밟게 됐다. 오는 11일 채권단 회의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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