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추진"…강남 자산가 '들썩' [11시취재현장]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깜짝 발표했습니다.
관련 내용 취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정 기자, 어제 어떤 발언들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이른바 '금투세' 도입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요. "국민과 투자자,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자본시장의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정부가 공매도 중단, 양도세 기준 완화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해 여러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데요.
이번 금투세 폐지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투세의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건데요.
이렇게 시행도 하기 전에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도입이 논의된 배경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지금까지의 경과를 짚어보면요. 금투세 도입이 처음 논의된 건 2020년,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입니다.
과세의 기본 원칙 중 하나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현재 거래세는 손실이 나더라도 거래만 하면 세금을 내야 하죠.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금융소득에 세금을 걷는 '금투세'가 나오게 된 겁니다.
현행안은 금융소득 5천만 원 이상부터 세금 20%, 3억 원 초과분에는 25%의 세금이 부과되는데요.
당시 자본시장특위에서 처음 얘기가 나온 건 2천만 원 이상 금융소득에 세금을 매길 예정이었습니다.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기준은 5천만 원으로 올리고 시행은 2025년으로 유예하는 방안으로 결정됐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공약으로 금투세 폐지를 내걸었고, 어제 내용을 공식화한 겁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투자자분들께서 반길 만한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는데요.
법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 성급한 감은 있지만, 실제로 금투세가 폐지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는 겁니까?
<기자> 수혜 대상자를 살펴보면요. 기획재정부가 예측했던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 명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전체 주식 소유자의 2.5% 수준이고요.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2025년부터 3년간 약 4조원, 연 평균 1조 3,400억 원가량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대상자가 많지 않은 만큼, 일각에선 금투세보다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하는데요.
다르게 보면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이른바 '뉴 머니', 새로운 자금이 우리 증시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자산 가운데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5~36% 수준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되는데요.
예상하셨겠지만 대부분은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데요. 때문에 정부에선 돈의 물 줄기를 바꾸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 기자, 실제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해 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세금에 더욱 민감한 거액 자산가들은 이번 발언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유력 자산가들이 찾는 강남의 한 WM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금투세 폐지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언제쯤 폐지될 것으로 보이냐", "비중을 늘려야 되느냐"는 등 여러 문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즉, 금투세가 폐지된다면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자금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올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 금투세 폐지 과정에서, 주식 관련 세금 전반이 전면적으로 재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없습니까?
<기자> 물론 있습니다. 만일 금투세가 폐지된다면 앞으로 과세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주목해야 할텐데요.
최근 들어 증권거래세는 2022년 0.23%에서 매년 꾸준히 인하 중입니다. 금투세 도입을 염두에 둔 건데요.
만일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증권거래세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고요.
또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매매주체 입장에선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중단을 비롯해 시장을 받치고 있는 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을 꺼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증권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정호진 기자 auv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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