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근 명받은 ‘기동타격대장’ 김기동 “서울다움이란 앞장서는 것”
“FC 서울을 FC 서울답게 만들어가겠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감독직을 수락했습니다.”
김기동 신임 FC서울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서울다운 서울’을 언급했다. 다방면에서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으로서 지위를 회복하는데 앞장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김 감독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서울다움이란 K리그를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것”이라면서 “성적과 흥행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타 구단을 앞서가야 한다. 자신이 없었다면, 두려움과 부담을 느꼈다면 서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가 주목하는 사령탑이다. K리그에서 인건비 최하위권에 속하는 포항을 맡아 최근 5년 간 매 시즌 우승 경쟁에 참여하는 팀으로 바꿔 놓았다. 지난 2일에는 대한축구협회(KFA) 어워즈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해 2023년 한국 축구 최고의 지도자로 공인 받았다.
올겨울 국내는 물론, 중국과 중동 등 여러 나라 클럽의 러브콜이 쏟아진 가운데, 김 감독은 FC서울 지휘봉을 선택했다. 서울과 함께 ‘K리그 최고’로 발돋움한 뒤 더 큰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린 결정이다.
김 감독은 “지난 5년 간 포항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FA컵 우승을 이끈 뒤 ‘변화’에 대한 의지를 품었다. 일각에서 ‘(친정팀인) 포항을 맡아 이끄니 성적을 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대답을 내놓고 싶었다”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에 대해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서울은 수준급 스쿼드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여러 시즌 동안 하위 스플릿(7~12위)에 머물며 ‘K리그 최고 흥행 구단’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성과를 내지 못 했다. 김 감독은 “서울이 예전 찬란한 영광의 시절을 재현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면서 “팬들에게 기쁨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의 경쟁력을 회복할 첫 번째 키워드로 김 감독은 ‘조직적인 축구’를 꼽았다. “(포항 감독 시절) 서울과 경기할 때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는 게 부담이었다. 기술자가 많으면 분명 팀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 만으로 승리와 우승을 보장 받진 못 한다”면서 “선수 개개인의 기술이 팀 안에 녹아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포항 시절 조직적이고 짜임새 있는 축구를 선보여 ‘기동타격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각 포지션별 이상적인 선수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수비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터프함이 기본이다. 미드필드진은 전방으로 향하는 직선적인 패스가 최우선이고 공격은 스피드와 결정력을 가장 먼저 본다”고 언급한 그는 “밋밋한 축구는 재미없지 않나. 경기 내내 똘똘 뭉쳐 싸울 전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김 감독 부임과 맞물려 선수단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베테랑 미드필더 오스마르와 공격수 지동원이 계약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났다. 간판 스타 기성용의 계약도 일단 만료된 상태다. 김 감독은 “지난 수년 간 팀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만 책임을 지고 나갔다. ‘공동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선수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면서 “기성용은 선수단의 구심점인 만큼 조만간 재계약할 것으로 믿는다. 선수 수급에 대해서는 단장과 소통하고 있다. 내가 부임했으니 조만간 좋은 선물(수준급 선수)을 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항을 이끌던 시절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 애썼다”고 설명한 김 감독은 “서울은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분에서부터 터치하고 싶다. 수평적인 관계로 편하게 고충을 들어주며 믿음을 쌓고 싶다. ‘나를 믿고 따라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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