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몰래 가져다 놓은 공모자들
아파트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 등이 중대재해 사고 현장을 조작한 혐의를 검찰이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안전모 없이 작업하다가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사고 현장에 피를 묻힌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두는 등 사고를 은폐·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이상훈 부장검사)는 A아파트 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 B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3일 구속기소 했다. 또 B씨와 함께 범행 은폐·조작에 가담한 해당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C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교사 혐의로, A 관리업체 대표이사 D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
아파트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 공모 드러나
검찰에 따르면 2022년 7월 4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A업체 직원 E씨가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했다. E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다. A업체는 소속 직원이 약 2400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업체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B씨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토대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당초 E씨가 착용했다는 현장의 안전모의 혈흔 등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다시 조사한 끝에 사건 은폐·조작 혐의를 찾아냈다. E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피를 많이 흘렸는데, 안전모 외부에만 피가 묻어 있었던 게 수상해 확인에 나선 덕분이다.
검찰은 결국 사고 당시 E씨는 안전모와 안전대 등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사고를 당했고, C씨와 B씨가 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사고 직후 안전모에 E씨의 피를 묻혀 현장에 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현장 안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과실이 드러나면 더 큰 처벌과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년 전 2020년 10월에도 E씨가 사다리 위에서 전등을 교체하다 떨어져 다쳐 입원하자 정상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를 허위 작성해 6일간 입원에 대해 산재보험 처리를 안 해주고, 산업재해를 은폐한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은 A업체(법인)와 대표이사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D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보완 수사를 통해 산업재해 은폐·조작 범행을 추가로 밝혀냈다”며 “검찰이 중대재해법 범행을 직접 입건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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