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던진 허은아, 국힘 탈당... "비겁한 정치인 되지 않겠다"
[곽우신, 남소연 기자]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그 길이 꽃길이어서가 아니라, 가야할 길이어서 가보려고 한다."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비례)이 탈당을 선언했다. 예견된, 하지만 과감한 선언이었다. 비례대표인 허은아 의원은 탈당 시 자동으로 의원직도 상실한다. 그러나 허은아 의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비겁하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다"라며 금배지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이날 흰색 정장을 입고 국회 소통관에 들어선 허 의원은, 착장의 의미를 묻자 "새로운 시작 그리고 자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 중 탈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깃발을 걸고 정강정책위원장을 맡은 개혁신당(가칭)에 합류한다. 앞서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기인·천하람과 함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로써 '천아용인' 중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 모두 개혁신당에 승선했다.
"국민의힘, 끝끝내 문제 회피... 용산의 국정 기조와 불통이 문제"
허 의원은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라고 입을 열었다. "떠나는 마당에 구구절절 긴 말씀 드리지는 않겠다"라며 "응답없는 탐욕의 성벽에 머리를 박는 일, 누가 뭐래도 할 만큼 했다고 자부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 두려웠던 이유는 따로 있다"라며 "당장 국회의원 배지를 던져야 되서가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오나 보수정당 잘되길 바라시는 분들, 그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허 의원은 "하나가 되어 민주당에 맞서길 바라실 것이다. 그러나 죄송하다. 그 길은 현실이 될 수 없는 길"이라며 "우리는 끝끝내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용산의 국정운영 기조와 불통이 문제이고, 느닷없는 이념 집착이 문제이고, 검사 일색의 인사가 문제이고, 거기에 더해 대통령 가족의 처신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못한다"라며 현재 여당의 상황을 지적한 것.
그는 "이제 인정해야 하다. 아닌 건, 아닌 것이다"라며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오셔서 윤색을 한다고, 급하게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라고 날을 세웠다. 결국 "신당이 만고의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명백히 어려운 길이다"라면서도 "비겁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길이기에 가보려고 한다"라며 개혁신당에 함께할 것을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역사를 물려주자"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인용하며 "누군가는 증명해야 한다. 비겁하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결국에는 원칙과 상식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긋지긋한 양당의 진흙탕 정치, 강성 지지층 분노만 부추기는 정치, 그러는 사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뒷전인 정치, 누군가는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양자 택일을 강요하는 협박 정치, 이제 끝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반공으로서의 자유를 넘어, 기업 활동의 자유를 넘어, 이제 국민의 사회문화적 자유가 곧 시대정신"이라며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넓어지고, 몰상식한 방식으로 서로를 검열하지 않는 세상, 우리에게도 그런 세상을 꿈꾸는 진정한 자유주의 정당 하나 있어야 한다"라며 신당의 기조도 분명히 했다. "이제 표현의 자유가, 문화가 곧 민생"이라며 "개혁신당은 국민의 일상을 관통하는 진짜 민생 문제, 피하지 않고 직면할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허 의원은 자신을 지지해 준 동대문구 주민들과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 그리고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쳤다.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개혁신당(가칭)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나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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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현역 의원 지위를 조금 더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 시점에서 탈당을 감행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허 의원은 "의원직 승계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가지 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라며 "정리가 된 상황인데 계속 시간을 끄는 것 또한 옳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주 본회의에 참석하면서 여러 가지 기사거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 이른바 '쌍특검' 재의결이 유력한 상황이기에, 본인의 표결 참여가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는 데 대해 "(당의 방향과) 의견 차이가 있었고, 반대 입장이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아닌 건 아닌 것이다. 할 말은 해야 된다"라는 이야기였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도전하겠다는 그는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을 만들고 싶다. 국민들께서 권력을 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매력적인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언론의 관심은 현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 추가 탈당 및 개혁신당 합류의 규모였다. 허 의원은 "현역 의원으로 합류하고자 하는 분들이 계시다"라며 "그 분들과 제가 브리지(다리) 역할해서 신당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라며 추가 합류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계신다. 적지 않은 숫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 국민의힘 탈당한 허은아...'이준석 신당' 합류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개혁신당(가칭)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나서며 인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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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장에 동참한 이준석 전 대표 역시 "(허은아) 의원이 답변하신 내용이 다 맞다"라면서 "허은아 의원도 참 큰 결단을 하신 것처럼, 지금 저희가 사람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각자 가장 최고 예우하는 형태로, 그리고 각자 본인들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현역 의원들 중에서도 활발히 소통하고 계신 분들이 당을 가리지 않고 있다"라며 "보수 정당에서 오래 활동해 오신 분들일수록 최근의 현상에 대해가지고 굉장히 자괴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이 소통을 한다"라며 "언론에서 계속 '이삭 줍기냐'라고 물어보지만 글쎄, 그분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뭔가 상황이 잘못됐다. 아주 훌륭한 자원들이 상처받는 상황이 오히려 더 안타깝다"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분들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보듬어서 다시 새로운 정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라는 것.
중진급 인사의 합류 가능성에 관한 물음에는 "우리 당 소속 의원도 그렇고 사실 지금 상대 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에도 보면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중진급 인사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라며 "그런 분들일수록 제가 그 분들을 당기거나 밀치거나 하는 등의 모습이 굉장히 예의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굉장히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관련 기사]
- 천하람 탈당, 이준석 신당 합류... "권력에 기생하지 않겠다" https://omn.kr/26ws8
- '국힘 탈당' 이기인 "같은 실수 반복하는 당, 미래 꿈꾸기 어렵다" https://omn.kr/26w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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