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인 분석 "北김정은 핵전략 정당성 확보 노려"
'동족' 지우면서 핵전략 정당성 확보
美 대선 전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전문가 "중·러와 대화해 긴장 낮춰야"
북한이 새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공식화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가속하면서 북한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졌다. '강 대 강' 대응에 나서면서 기선제압과 내부결속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과의 대화 등을 통해 긴장감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北, 남북 '적대 관계 공식화' 의미
3일 아시아경제는 북한 전문가 5명에게 북한의 최근 행보에 관해 물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당분간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앞서 남북은 1991년 맺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명시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하며 이를 뒤엎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발언의 가장 큰 특징은 남한을 적대적 관계라고 표현하면서 대남 정책을 대전환한 것"이라며 "새로운 게 아니라 오랫동안 북한이 준비해온 것이지만, 그걸 전원회의라는 공식 회의에서 완전히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남 핵전략 정당성 확보 노렸나
김 위원장이 새해부터 도발적인 메시지를 쏟아낸 것은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나서는 동시에, 대남 핵전략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오히려 강 대 강 대결 구도에서 북한이 한미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기선제압을 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가 동족관계라면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함부로 핵을 쓸 수 없지만,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해졌다"며 "북한이 이미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남 핵전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초강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으나, 다수 전문가는 그렇게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도 자기들이 개입하면 보수 정권이 더 결집한다는 걸 안다"며 "이번 북한의 행보는 총선보다는 체제 훼손과 존엄 모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북한 체제의 특성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北 수위 조절 하겠지만…美 대선 전 핵실험 가능성
연초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모두 걱정을 나타냈다. 다만 북한도 도발 수위를 무작정 높이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임을출 교수는 "국지적 도발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자신들도 생존이 보장돼야 하니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며 "한·미 군사훈련 수위에 따라 북한이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내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끝으로 핵실험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최근 김 위원장이 핵 무력 선제 사용 가능성을 다시 시사하면서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북한이 6차까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핵 무력 고도화 관련 실험들은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7차 핵실험을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북한도 함부로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실제 이뤄지면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북한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반면 박원곤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길 원하는 북한이 미국 대선 전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있을 땐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걸 성취로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핵실험이 바이든 행정부에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발적 충돌 우려…"중국,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큰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대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명예교수는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핵 억제력 강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외교나 대화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며 "위기가 자꾸 고조되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위기관리 차원에서라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무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긴장을 완화해야 해외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며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제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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