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서 하마스 3인자 암살…헤즈볼라·이란 보복 다짐

박소영 2024. 1.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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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시설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하마스 3인자가 사망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보복 공격을 예고하면서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레바논 사람들이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드론 공격으로 폭발한 건물 밖에 모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드론이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을 타격해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루리를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년간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는 가자·서안지구 밖에서 하마스의 최고 관리가 암살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알아루리는 지난 1991년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을 창설한 초기 멤버로, 하마스 정치국의 부국장이다. 서안지구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는 하마스가 헤즈볼라·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 간 베이루트에 주로 머물며 사실상 '헤즈볼라 주재 하마스 대사' 역할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전쟁 발발 전부터 알아루리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해외에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모두 암살하라"고 지시했고, 알아루리가 첫 번째 공격에 숨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공격에 책임이 있으며, 알아루리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번 공격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2018년 8월 공개한 사진에 나온 하마스 전체 서열 3위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 모습. AP=연합뉴스


하마스와 헤즈볼라·이란 등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보복 의지를 보였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자트 알리시크는 "가자지구에서 우리의 용감한 저항은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 의사를 밝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며 전쟁 과정에서 위험한 전개"라면서 "(이스라엘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에 맞는 대응이나 처벌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순교자의 피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온주의 점령자들(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의 동기를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했다.

헤즈볼라·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하면서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가 한층 커졌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난하며 이스라엘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분쟁이 더 넓은 지역으로 파급될 위험이 있으니,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에게 전화해 레바논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실은 "누가 그랬든 간에 알아루리 죽음은 레바논을 도발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준비 태세를 높여 보복 공격에 대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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