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공포에 건설사 돈줄 마른다…대출 증가율 5년만에 최저
작년부터 은행들의 건설사 대출 심사 까다로워
건설업 대출 증가율 한자릿수로 하락
올해 건설사들 자금 수급 더 어려워질 것
"태영건설 다음 타깃으로 PF 리스크가 높은 건설사로 지목된 다음부터 은행들과 접촉할 때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어요.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큰 곳이다 보니, 금리는 더 높아지고 대출은 어려워졌고요. PF 관련 금융사들과 협상에도 불리해졌습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 A씨)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이후 건설업계 자금난은 더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작년부터 이런 징조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반은행들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대출을 원하는 건설사들에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20~30%를 오갔던 건설업 대출 증가율은 작년 3분기에 6~8%까지 떨어졌다.
건설사에 빗장 거는 금융사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작년 3분기 기준 104조924억원에 달했다. 100조원을 넘긴 건 작년 1분기(100조1187억원)가 처음이다. 잔액 자체는 늘고 있지만, 대출이 증가하는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작년 분기별 증가율은 최대 23.2%(3분기) 수준이었다. 그런데 작년 1분기에 17.7%까지 떨어지더니, 3분기엔 8.6%까지 내려앉았다. 2018년 3분기(7.6%)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시중은행 대출 담당 실무자는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사들 대출 심사를 할 때 다른 업종보다 보수적이었다"며 "태영건설 사태까지 터지면서 올해는 건설사들 대출 나가는 게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과 신협, 종합금융회사 같은 비예금취급기관 같은 곳도 상황은 똑같다. 전체 잔액은 작년 2분기에 6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증가율은 재작년과 비교해 뚝 떨어졌다. 2022년 3분기에 29.4%까지 올랐던 증가율은 작년 3분기에 6.5%로 하락했다. 2016년 1분기(5.2%)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신용등급 하락, 올해가 더 힘들 것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락도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건설사에서 금융권 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채 원리금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연초부터 경기대응력이 저하된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PF 우발채무와 유동성 대응 상황, 미분양, 공사대금 미회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용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20여곳 가운데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곳은 GS건설(A+), 롯데건설(A+), HDC현대산업개발(A), 신세계건설(A) 등 4곳이다. 이곳들이 우선 신용등급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금융시장 내에서 건설 및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며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기존 차입금과 PF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 줄 마른 건설업계 초비상
당장 건설업계는 초비상이다. 업계 전반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 등 사업구조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건설사들은 최근 인사에서 본사 조직을 축소하고 현장 인원을 늘리는 한편, 수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공식적인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건설사에서 인력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PF 시장 불안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 운영을 시작했다. 국토부 진현환 1차관이 반장이다. 국토부는 "그간 추진해 온 시장 안정 및 부동산 규제 합리화 조치 등으로 건설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과도한 불안 심리 확산에 대비해 태영건설의 건설 현장과 건설·PF 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신속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응반은 건설·PF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공사 차질이나 수분양자, 협력업체의 피해가 없도록 유사시 신속한 대응에 나선다.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진현환 1차관은 "조만간 건설업 지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며, 신속 대응반을 중심으로 건설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PF 시장 불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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