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아이컨그린 "올해 세계 경제 리스크는 美中 갈등·트럼프 재선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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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중 지정학적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여부가 될 것이다."
국제경제·금융 분야 석학 배리 아이컨그린 UC 버클리대 교수는 3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경제에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이컨그린 교수에게 올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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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
지정학적 분쟁 리스크…트럼프 당선시 "재앙"
美·EU 연착륙 확률 3분의 2…인플레 냉각
韓, 가계부채 해결 위해 대출규제 강화해야
中, 부동산·부채로 비용 발생…성장률 4%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중 지정학적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여부가 될 것이다."
국제경제·금융 분야 석학 배리 아이컨그린 UC 버클리대 교수는 3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경제에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 보다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미·중 관계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은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도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현실화하면 "미국과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부채 위기 또한 글로벌 경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고금리로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해 경제난에 직면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신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선진국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부채 비율이 상승했지만 재정 위기로 번지기 전에 정리할 시간은 남았다고 봤다.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이기도 한 그는 한국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유일한 선택지는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이컨그린 교수에게 올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2024년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중대한 위험은 지정학적 갈등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주요 지정학적 분쟁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는 미국 대선도 있다. 트럼프 2기는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3분의 1로 보고 있다. 연착륙 확률이 3분의 2다. 세계는 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계속 냉각되고 있다. 현재 3% 정도로 Fed 목표치인 2%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올바른(하락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도 아주 약간 냉각되고 있어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줄었다. 신규 일자리 증가는 월 15만개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연착륙 시나리오와 일치한다(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19만9000개 늘었다).
-Fed가 금리를 언제부터, 얼마나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Fed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이다. 다만 올해 중반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Fed는 금리를 더 일찍, 더 빠르게 인하할 것이다.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 2%에서 3%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할 때는 목표치를 수정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처음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면 3~4%로 설정해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시 통화정책을 더 완화할 여지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2% 목표치를 갖고 있다.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훼손하지 않도록 현재 목표치를 고수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부채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높은 부채는 부채 압력에 고통받는 40개 이상 저소득 국가에 즉각적이고 긴급한 문제다. 이는 중간·고소득 국가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 고소득 국가는 실질 금리와 실질 성장률이 거의 동일해 부채가 성장을 크게 저해하지 않지만, 향후 성장이 둔화하고 실질 금리가 상승하면 고소득 국가들도 즉각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만 실질금리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이 재정 상태를 적절히 정리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도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의 가계대출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지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 중국 국가 부채, 부동산 문제가 중앙정부에 큰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중국 정부는 부실 부동산 기업 정리, 부실 은행 자본 재확충에 나서야 한다. 이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조치로, 생산적인 공공투자를 위한 자원은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투자에서 소비로, 수출에서 가계지출로 지출 구성을 재조정해야 한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중순환(중국 경제에서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비중을 높이는 구조로의 전환)" 전략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시행해야 한다.
-중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국 경제는 정부가 성장률 하락을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통제된 경제다.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4%로 둔화될 것이다. 중국 통화·재정당국은 성장률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한된 조처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성장률을 4%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전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기타 첨단기술 제품·서비스 설계·생산 능력의 지속적인 개발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네덜란드 ASML의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중국의 발전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늦출지는 지켜봐야 한다.
배리 아이컨그린 교수는
배리 아이컨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통화·금융시스템 석학으로 꼽힌다. 대공황에 대한 연구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통화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2012년에는 '한국 경제:기적의 역사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로'를 공동 집필했다.
◆미국 UC산타크루즈 경제학 학사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자문교수위원장 ▲국제슘페터학회 슘페터상(2010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인'(2011년)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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