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겪는 '슈퍼팀' KCC, 어디까지 올라갈까 [KBL]
외국인 선수 알리제 드숀 존슨 기량 회복이 최우선 숙제
부산 KCC가 ‘슈퍼팀’이란 명성에 걸맞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올 시즌 화제의 팀을 꼽자면 단연 부산 KCC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자유 계약(FA)였던 허웅과 이승현을 영입하고도 정규리그 6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던 이들은 올 시즌에는 자유계약(FA) 선수 최대어였던 최준용까지 영입하면서 국가대표에 버금가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KCC는 기대에 걸맞게 시즌을 앞두고 열린 ‘2023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2라운드 도중에는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송교창까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해 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KCC를 향해 사람들은 ‘슈퍼팀’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과도한 기대가 부담이 된 걸까. KCC는 정규리그 개막 이후 시즌 초반까지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KCC는 1~2라운드에서 고작 6승 9패에 그쳤다. 2승 1패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후 4승 8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4연패도 한 차례 당했고, 당시 최하위였던 한국가스공사에도 덜미를 잡혔다.
KCC는 11월말까지 줄곧 8위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력이 여물었다는 평이 따랐다. ‘허울만 좋은 슈퍼팀’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KCC가 달라진 건 3라운드가 진행된 지난해 12월부터다. 3라운드 시작 직후 KCC는 7연승을 달리면서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렸다. 컵대회 도중 다리 근육 부상으로 11월 중순에야 복귀한 최준용과 11월 말 군 복무를 마친 송교창이 합류하면서 전력도 서서히 정상 궤도로 올라섰다.
공격력으로 리그에서 인정을 받은 최준용과 송교창이 합류하면서 KCC의 화력도 불을 뿜었다. KCC는 7연승 기간에 평균 90.7점을 넣는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평균 실점도 82.0점으로 이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전창진 KCC 감독도 선수 출전의 틀을 확고히 다지면서 선수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상대 팀에 맞춰 전술을 짜던 전 감독은 주전 선수 1~2명을 스타팅 라인업에 고정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벤치에 놓고, 이를 2~3쿼터에 맞춰 바꾸는 선수 기용을 가져갔다. 이로써 선수단도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연승을 거뒀다.
다만 올 시즌 KCC의 천적으로 꼽히는 수원 KT와 2연전에서 모두 패배, 2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5위(13승 11패)에 위치했다. 그렇지만 지난 1일 경기에서는 2쿼터 14점차까지 끌려가다 순식간에 따라잡는 저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꽃길만 남은 것 같은 KCC에게도 아직 남은 숙제가 있다. 바로 1옵션 외국인 선수 알리제 드숀 존슨의 스타일 변화다.
존슨은 컵대회에서 평균 25.3점 11.8리바운드 5.3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기면서 MVP를 차지한 바 있다. KCC에 합류하기전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기대치가 상당했다.
시즌 개막전인 서울 삼성전에서 16점 11리바운드로 기대를 모은 존슨은 이후 2경기에서 23점 21리바운드, 37점 17리바운드를 차례로 기록하며 올 시즌 KBL 최고의 히트작으로 거듭나는 듯 했다.
하지만 팀이 연승하는 동안 존슨의 출전 시간이 확 줄었다. 존슨에 밀려 2옵션에 그쳤던 라건아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 싸움에서 활약하자 두 선수의 입지가 뒤바뀌었다.
존슨은 지난달 24일 창원 LG전에서는 KBL 무대 입성 후 최저 시간인 6분15초를 뛰는 데 그쳤다. 최근 경기인 1일 KT전에서도 10분56초를 뛰는 데 그쳤다. 당시 1쿼터 10분을 모두 소화하며 9점 8리바운드를 거두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2쿼터와 4쿼터는 통째로 뛰지 못했고 3쿼터 막바지 56초를 뛴게 전부였다.
전 감독은 KT전을 앞두고 존슨의 출전 시간 감소에 대해 ‘KBL 무대 적응’을 꼽기도 했다.
전 감독은 “존슨이 어려서 그런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게 조금 누그러져서 한국 농구에 적응하도록 코칭스태프와 논의했으면 하는데, 자기 고집을 피우는 편”이라면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절실하다. 본인은 수비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G리그에서는 (팀) 성적과 관계 없이 뛰지만 해외 무대에서는 돈을 받고 뛰는 선수로서 승부가 따라다니는데 그 중요성을 아직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을 말해주면 ‘할 수 있다’고만 한다. 그런데 막상 경기 중에는 문제가 나온다. 개인 기량에 의존해 팀 수비는 힘을 덜 쓰고 있다”며 “공격에서도 혼자 다 처리하려고 하니 국내 선수가 공을 잡지 못한다. 고쳐야 할 부분이다. 존슨이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거나 말을 안 듣는 건 아니다. 다만 본인이 방향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경기를 제일 적게 치른 KCC가 팀의 숙제를 해결해 슈퍼팀에 걸맞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KCC는 3일 오후 7시 홈에서 8연승을 질주 중인 서울 SK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KT와 2연전에서 일격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KCC지만, SK를 잡는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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