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신속 보도한 美 언론…박근혜·리퍼트 피습도 재조명
박근혜·리퍼트 등…과거 피습 사건 재언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데 대해 미국 언론들은 긴급 속보로 소식을 전하면서 사건의 전말과 배경, 전망 등을 담은 기사를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은 "한국의 정치는 특히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분열됐다"고 이번 사건의 배경에 '정치 양극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과거에도 고위급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폭력 사태에 직면한 사례가 있다"며 2022년 대선 유세에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한 정치 유튜버에게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일을 비롯해 박 전 대통령 및 리퍼트 전 대사 사건 등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사건 전말을 전한 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이후 부패를 비롯한 일련의 혐의와 관련해 지속적인 수사를 받아 왔다"며 "최근 들어 한국의 정치는 갈수록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대립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깊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27년 대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이 대표에 대한 한국인들의 견해는 양분된 상황"이라며 "그의 진보층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한다고 지지하지만, 보수층에서는 그를 부패한 포퓰리스트(populist)로 평한다"고 했다. 포퓰리스트란,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일을 추진하는 사람으로 주로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인을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건 경위를 자세히 보도한 뒤 "한국 정치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분열과 쓰라림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시간의 수술을 마친 이 대표가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라며 "노동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근소한 표 차로 패배했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비판자 중 한 명"이라며 "(이날 피습 사건이) 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몇 달 앞두고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어 WSJ은 지난 2006년 이전 일어났던 정치인 피습 사건을 거론하고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지만, 정치·외교 인사들에 대한 폭력적 공격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NBC 방송은 이 대표가 입은 상처의 길이가 0.5인치(1.27㎝) 미만이라고 밝힌 한국 경찰의 브리핑 내용 등을 인용해 이 대표가 피습을 당했지만, 생명이 위중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 대표가 현재 의식이 있고 다행히 출혈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ABC 방송은 "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직후 기자들과 문답 도중 습격을 받았다"라며 "2022년 대선에서 그를 꺾은 윤 대통령은 우려를 표하고, '우리 사회가 어떤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송영길·리퍼트 등…韓 정치권 피습 수난사
앞서 2006년 5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다가 50대 지모 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고, 퇴원한 뒤 곧바로 대전에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히기도 했다.
2015년 5월에는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상대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 행사 도중 한 남성이 리퍼트 대사를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당시 리퍼트 대사는 경동맥 근처까지 상처가 이어지면서 얼굴에 길이 11㎝, 깊이 3㎝에 이르는 부상을 입었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시 이재명 후보를 위한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인 표모 씨가 내려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응급 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쳤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며 선거 파급력에서는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이 대표는 2일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뒤 지지자로 위장한 60대 남성에게 흉기 습격을 당했다. 해당 남성은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을 쓰고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 달라'고 요청하며 접근해 흉기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떤 경우에라도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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