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공개하는 태영건설…워크아웃 '첩첩산중' [이슈N전략]
자구안과 경영 상황 관련 논의 전망
외담대 갚지 않아 진정성 의심 제기
오는 11일 워크아웃 부결 가능성 有
[한국경제TV 김대연 기자]
<앵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오늘(3일)은 채권자 설명회를 연다고요.
김 기자, 우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관련 절차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결국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셈인데요. 그간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부인해왔죠.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먼저, 워크아웃 관련 일정을 표로 정리해봤는데요. 오늘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처음으로 채권자 설명회를 엽니다. 채권단의 규모만 400여 곳으로 파악되는데요. 이들을 대상으로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후 오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 1,800억 원이 넘는데요.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4조 5,800억 원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이죠. 또한, 전국 122곳의 부동산 사업장에 보증을 선 상태이고요. 직접 차입금은 1조 3천억 원에 달하는데,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자구안을 내놔야 할 텐데요. 벌써 잡음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도 약속을 어기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구노력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인데요.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 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 원을 갚지 않았습니다. 태영건설 협력업체가 태영건설이 현금 대신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이를 태영건설이 상환하지 않은 겁니다.
태영건설은 해당 외담대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돼서 상환 의무가 유예된다는 입장인데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의 일부만 태영건설에 대여해줬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은 어제 공시를 통해 "지난달 29일 상거래채권 상환을 위해 티와이홀딩스에 400억 원을 요청하고 차입했다"며 "733억 원은 필요 상황에 따라 차입이 실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외에도 티와이홀딩스는 주요 계열사인 에코비트와 블루원 등을 매각할 계획입니다. 오늘 자구안에도 포함될 내용으로 전해졌죠. 이 외에도 대주주 사재 출연과 기타 지분 담보 등 총 4가지 자구안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한편, 채권단은 오너 일가에 3천억 원 이상의 사재 출연과 핵심 계열사인 SBS와 티와이홀딩스 등의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의 75%(채권액 기준)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마련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의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다른 건설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증권가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과 금융업종, 채권시장 내 단기적 파장은 불가피하지만, 시스템 리스크로는 전이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가 자구안에 담을 수 있는 지분과 자산 매각 풀을 1조 6,400억 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는데요. 하나증권 측은 "시스템 리스크는 물론이고 시장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NH투자증권도 "기존 정책을 통해 건설사들이 단기 유동성을 확보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 의지를 고려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태영건설의 주가를 살펴보면, 워크아웃 소문이 돌 때는 급락하더니 어제는 13%가량 올랐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워크아웃을 '불확실성 해소'의 의미로 오해한 것 같다"며 투자 시 주가 변동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대연 기자 bigkit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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