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이 요코하마에 만든 짙은 흔적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도쿄와 요코하마는 생각보다 가까웠습니다. 지하철로 30여 분이면 요코하마 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는 그린벨트가 없어, 도심지가 끝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의 경계를 넘어왔지만, 이곳이 다른 도시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만큼이나 도쿄와 요코하마의 사회적 거리도 가깝다는 것이겠죠.
요코하마는 도쿄의 외항(外港)입니다. 도쿄와 요코하마의 관계는 서울과 인천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요코하마의 규모는 인천을 월등히 뛰어넘습니다. 요코하마시의 인구는 370만 명. 요코하마시가 속한 가나가와현의 인구는 920만 명을 넘습니다.
▲ 요코하마 도심 |
ⓒ Widerstand |
당시 도쿄의 외항 역할은 인근의 가나가와가 하고 있었죠. 지금은 요코하마가 가나가와현에 속해 있지만, 그때는 다른 도시였거든요. 게다가 애초에 도쿄는 바다에 접한 도시라 외항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에도에는 에도항, 지금의 도쿄항이 있었으니까요.
▲ 요코하마의 바다 |
ⓒ Widerstand |
요코하마는 에도와 가장 가까운 개항장이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외국인이 오갈 수밖에 없었죠. 무역과 외교를 위해 일본이 정착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났습니다. 일본 최초의 신문도, 요코하마에서 외국의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코하마 마이니치 신문>이었죠.
당시 일본은 항구를 개항하면서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외국인이 항구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외국인이 에도 등 인근 대도시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외국인과 일본인 사이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은 항구 주변에 모여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무역이나, 서양과의 통역, 중개 등을 목적으로 넘어온 홍콩이나 광동 출신의 중국인들이 요코하마에는 많았습니다. 중국인들은 마을을 이루고 모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
ⓒ Widerstand |
중국인도 역시 이동 제한에서는 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대한 중국인 커뮤니티가 요코하마에 남았습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그만큼이나 오가는 사람도 물자도 많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관동대지진의 영향도 컸습니다. 지진으로 시가지가 파괴되자 대부분의 서양인은 떠났지만, 중국인은 요코하마에 남아 재건에 함께했습니다. 그렇게 차츰 외국인 거리는 중국인 거리로 변해 갔죠.
▲ 관우 사당 |
ⓒ Widerstand |
사실 지금이야 차이나타운의 의미가 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요코하마 밖에도 수많은 중국계 이민자들이 나름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고 있을 테니까요.
배를 타는 시대가 아니니 항구의 의미도 작고, 이동이 쉬운 시대이니 굳이 가까운 곳에 자리할 필요도 없죠. 중국계뿐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이민자가 들어오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금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는 이민자보다는 오히려 관광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이 도쿄 근교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여행을 다니며 조금 더 마음을 쓰게 된 것이 있다면,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가 남겨둔 흔적이었습니다.
▲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
ⓒ Widerstand |
당장 요코하마에는 중국인의 흔적이 남았지만, 그보다 먼저 개항한 하코다테에는 서양인의 흔적이 남아 있었죠. 같은 일본 안에서도 차이는 이렇게나 크니, 다른 나라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여러 나라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릅니다. 어떤 사회는 그 이민자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합니다.
▲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
ⓒ Widerstand |
지난해 연말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페루 앞에는 환한 등이 켜졌습니다. 화교 학교 옆의 관우 사당에는 향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요코하마의 이민자들이 만든 짙은 흔적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민자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어떤 흔적을 한국이라는 사회에 남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자리도 허락하지 못하고, 끝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준성 핸드폰 안 열릴 건데?' 검사가 2번 말했다, 다 녹음돼 있다"
- 물길 따라 늘어선 비석들... 낙동강 여행하면 마주하는 슬픈 흔적
- 한동훈의 경악스러운 말장난, 국민이 우습나
- 이원욱 "이준석과는 작은 차이...민주당, 수렁에 빠질 것"
- 올해 이른 여름휴가는 여기입니다, 저장하세요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빡!!
- 김남국 지역구 노리는 주자들이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이유
- 중처법 확대 유예 불발에 윤재옥 "민주당, 공당 맞나?"
- [이충재 칼럼] '김건희 명품백' 사과를 애걸하는 나라
- '쥴리 의혹' 안해욱 구속영장 기각... "증거인멸 우려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