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영화 같지만 현실"…伊의원 자랑 삼아 가져온 총에 1명 부상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의 에마누엘레 포촐로 하원의원. 로이터=연합뉴스

새해 전야 파티에서 이탈리아 정치권이 집권당 소속 하원의원의 실수로 총알이 발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전날 새벽 1시 30분께 북부 피에몬테주의 작은 마을 로사차에서 열린 새해 전야 파티에서 발생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의 에마누엘레 포촐로 하원의원의 총에서 실수로 격발됐다.

로사차 시장인 프란체스카 델마스트로가 주최한 이 파티에는 시장의 오빠인 안드레아 델마스트로 법무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 여럿이 참석했다.

피해자는 격발된 총알에 다리를 스쳐 경상을 입었다. 포촐로 하원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총알이 발사된 것은 맞지만 내가 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총을 쏠 경우 나타나는 잔류 화약 성분을 검사하기 위해 입었던 옷을 제출하라고 하자 의원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경찰은 누가 총을 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격자 증언을 수집하고 있다.

포촐로 하원의원은 로사차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새해 전야를 보낸 뒤 새벽 1시가 조금 지난 후 파티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포촐로 하원의원이 과시용으로 파티에 권총을 가져갔다고 전했다. 포촐로 하원의원은 총기 면허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포촐로 하원의원은 자신이 소지한 권총을 파티 참가자들에게 자랑삼아 보여줬다. 이 권총이 사람들 손을 오가다 실수로 총알이 발사됐다고 한다.

야권은 포촐로 하원의원이 총을 차고 새해 전야 파티에 참석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멜로니 정부를 향해 공세를 집중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이 무능한 사람은 국가 안보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안전에도 위험하다”며 “멜로니 총리는 포촐로 하원의원에게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 즉각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사무국 산드로 루오톨로는 “자신의 총인데 쏘지 않았다고 한다. 총을 쏜 사람은 누구인가? 무기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다른 야당인 오성운동(M5S)은 공식 페이스북에 “멜로니 정부가 국가를 통치한 이후 최악은 끝이 없다”고 밝혔다.

전직 하원의원인 니콜라 프라토이안니는 “삼류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멜로니 정부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FdI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정치적 공격으로 몰고 가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포촐로 하원의원의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날 경우 당에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