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엔 안보리 이사국 활동 개시..."北 도발시 회의 직접 소집"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선출직)이사국으로서의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 필요시 안보리 회의 소집을 직접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신임 이사국 국기게양행사 후 특파원들과 만나 "1월 안보리 의제 일정에는 북한 관련 이슈가 없지만 필요시 한국이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할 권한을 갖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상임이사국 5개국(미·중·러·영·프)과 임기 2년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E10)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전 세계 평화·안전 유지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유엔 최고 의사 결정 조직이다. 한국은 2024~2025년 이사국으로서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황 대사는 "이날 안보리 이사국 조찬 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다른 이사국들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올해 이사국 간 첫 대면 회의 자리에서 향후 안보리 내 북한 관련 의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제기해나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1월 의장국인 프랑스와 상임이사국인 미국, 같은 해 비상임이사국으로 함께 활동하게 된 일본이 지지 입장을 표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황 대사는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와 같은 도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위, 빈도, 강도가 변하고 있다.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국면 전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의제와 관련해 계속 ICBM 발사, 회의 소집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 중국 등의 주장이 맞서면서 안보리 내 초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가운데 북한의 위협이 실존하는 위협임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는 한미일이 함께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해인 만큼 대북 압박 메시지에서도 안보리 내 공조가 기대된다.

이날 행사는 새해부터 2년 임기로 안보리 이사국으로 새로 활동하는 5개국의 국기(의장기)를 안보리 회의장 앞 약식 기자회견 장소에 게양하고 각국의 인사말을 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외에도 알제리, 가이아나, 시에라리온, 슬로베니아가 2024~2025년 임기의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황 대사는 이날 신임 이사국 국기게양행사에서도 "전쟁 후 재건, 경제성장, 민주화 이룬 한국은 유엔헌장에 기초한 다자주의, 국제협력 위력을 보여주는 국가”라며 “한반도 안보 위협에 직면한 국가로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안보리 업무에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리 내 분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나 안보리는 여전히 국제 평화, 안보 유지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며 "국제 평화와 번영, 인권과 법치라는 공동의 목표하에 전 세계 여러 국가와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