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입학 25%' 추진에…"인문대 사라질 것" "학생엔 좋다"

이후연, 최민지 2024. 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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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년 뒤 대학 입시에서 수도권 사립대학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 입학’으로 모집하는 방안을 추진(중앙일보 1월 2일자 1면)하면서 대학가가 들끓고 있다. 교육부는 수도권 사립대학 뿐 아니라 국립대에도 무전공 입학생 모집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2일 수도권 사립대학과 함께 서울대·부산대 등 국립대 정원도 2년 뒤 입시부터 30% 이상을 ‘무전공 입학’으로 모집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달부터 ‘무전공 입학’에 관한 대학 내부 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만큼, 대학·학과별 의견 대립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학원·대학으로 학부모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 시안’(사립대학)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개편안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사립대학과 국립대학(거점대·국가중심대)의 경우 2025학년도에 각각 20%·25% 이상, 2026학년도에 25%·30%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모집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국립대의 무전공 입학생 모집 비율 기준이 좀 더 높다.

무전공 입학은 전공 구분 없이 1학년으로 입학한 뒤에 2학년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는 입시 형태다. 특히, 개편안에는 2학년 때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100% 자율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25학년도 무전공 입학 비율, 4월 말 이후 결정될 전망


김영옥 기자
올해 수험생들에게 해당하는 2025학년도 대입의 무전공 입학생 비율은 오는 4월 말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측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전공 입학 비율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2025학년도 입시와 관련한 구조 개혁, 학과 개편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원칙적으로 4월 말까지 수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조정이 필요할 경우 기한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 측은 “개편안은 연구진이 학과 간 칸막이를 허물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면에서 고심해서 만든 안”이라며 “정책연구진의 제안을 바탕으로 충분한 대학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추후 2024년 사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립대는 무전공 30%까지 추진…“비인기학과 고려해달라”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개편안에 대해 우려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무전공으로 25% 이상 뽑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뽑아놓은 이후가 걱정인 것”이라며 “대학마다 사정이 각각 다른데, 모든 학생에게 전공 자율권을 주라는 식의 정책 방향성을 결정해두고 따라오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도 “무전공 학생이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 후, 1학년 때부터 해당 전공이었던 학생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같은 문제를 번복하는 게 아닐까 싶은 걱정이 있다”고 했다.

비인기학과의 반발도 거세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교수는 “소위 ‘문사철(문학·역사·철학)’ 학과들을 다 없애고 자유전공으로 통합 모집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해당 전공 교수들을 포함해 인문대학 전체 교수들이 같이 반대를 하고 있다”며 “자칫 해당 학과 학생들까지 반대하고 나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무전공 학생 선발 비율이 사립대보다 높은 국립대는 반발도 더 크다. 지방의 한 국립대 처장은 “국립대에게는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고, 비인기 학문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처장은 “준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국립대만큼 변화에 느리고 둔감한 조직도 없다”며 “외부에서 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국립대 자체적으로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교수 카르텔 없어져야”…“학생만 생각하면 좋은 정책”


반면 개편안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대학들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처장은 “그저 해당 학과·전공 교수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들이 있는데 ‘교수 카르텔’ 때문에 정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외부에서 힘을 실어주면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개편안에서 제시한 정원 최소 기준보다 무전공 입학생을 더 뽑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대학도 있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사립대 처장은 “사실 고등학생들이 학과를 정한다는 것은 자기 진로를 정하는 것과 같은데, 수시·정시 성적에 맞춰 선택하는 지금 현실에서는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학생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무전공으로 입학해서 1학년 때 대학에서 다양한 과목을 경험해보고 진로를 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입시업계에서도 무전공 입학 확대가 대입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 줄세우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해당 정책이 확정되면 학과별 합격선 라인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며 “무전공 입학을 고려해 상위권 대학을 노리고 반수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어 ‘의대 증원’으로 인한 N수생을 포함, 재수생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이후연·최민지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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