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가 전부는 아니다…건축 거장의 '제주 불멍 코스'

최승표 2024. 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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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섭지코지에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의 작품이 많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아고라'가 대표적이다. 독채형 숙소인 힐리우스 회원을 위한 라운지 공간이지만 올겨울에는 모닥불 쬐며 어묵탕과 사케를 먹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승표 기자

제주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겨울에 제주행 비행기 표를 산다. 해외여행이 살아나면서 제주가 한산해졌다는 소식이 반갑다. 겨울 제주를 누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눈 덮인 한라산을 걸어도 좋고, 해변 카페에 앉아 바다를 보며 ‘물멍’을 해도 좋다. 겨울은 아트 투어를 즐기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을 감상하며 산책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제주에 많다. 섭지코지가 대표적이다. 미식 체험까지 두루 즐기다 보면 섭지코지 안에서만 몇 날 며칠을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안도 다다오를 만나다


섭지코지는 제주도 동쪽 바다에 툭 튀어나온 '곶'이자 완만한 산세를 지는 '오름'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기고 유명 건축가의 작품, 미술품을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최승표 기자
섭지코지는 제주도 동쪽 바다에 툭 튀어나온 지형을 일컫는다. 섭지는 재주가 뛰어난 선비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를, 코지는 곶(串)을 일컫는다. 드라마틱한 해안 지형과 등대가 서 있는 붉은오름,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근사하다. 유채꽃이 피는 늦겨울부터 초봄 사이에 관광객의 발길이 집중된다.

이맘때 섭지코지를 찾는다면 차분히 건축 투어를 즐기기 좋다. 먼저 들러볼 곳은 유민미술관이다. 일본의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서울 엘지아트센터 등 안도의 여느 작품처럼 노출 콘크리트 건물과 돌과 물을 활용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주변의 자연을 끌어들인 차경(借景)도 볼거리다. 미술관으로 입장하기 전, 담장에 길쭉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성산일출봉을 액자 속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미술관 안에는 프랑스 낭시파의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절제미로 상징되는 한국의 백자·청자와 달리 과감한 색채, 화려한 문양이 돋보인다.

유민미술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돌담에 가로로 길쭉한 구멍을 만들어 액자 속 그림처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최승표 기자


섭지코지 동쪽 끄트머리에는 또 다른 안도의 작품 ‘글라스 하우스’가 위치한다. 콘크리트와 유리를 활용한 기하학적인 2층 건물이다. 요즘처럼 추울 때는 밖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잠시 머물다 가길 권한다. 1층에 카페와 제주 기념품숍이 있고 2층에는 코스 음식을 파는 ‘민트 레스토랑’이 있다.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맛도 각별하지만 창 너머로 넘실대는 바다만 봐도 벅찬 기분이다.


유리 피라미드 속 캠핑 체험


아고라는 마리오 보타가 제주의 빛이 주는 극적인 효과를 최대한 느끼도록 만든 라운지 공간이다. 사진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
안도가 전부는 아니다. 섭지코지에는 안도 다다오(82)와 비슷한 세대인 스위스 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80)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보타는 강남 교보빌딩, 리움미술관, 남양성묘성지 등을 설계한 ‘친한파’ 건축가로 알려졌다. 섭지코지 안에 자리한 보타의 작품은 ‘아고라’다. 휘닉스아일랜드의 독채 별장 ‘힐리우스’ 회원 전용 공간이지만 올겨울은 다르다. 이색 체험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아고라 라운지 불멍을 이용하면 맛볼 수 있는 어묵탕. 사케를 곁들이면 추위가 싹 달아난다. 최승표 기자

최대 4명이 이용할 수 있는 ‘아고라 라운지 불멍(4만원)’은 오후 9~11시에 이용할 수 있다. 휘닉스아일랜드에서 셔틀 차량을 타거나 직접 카트를 몰고 아고라를 찾아가면 된다.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 안쪽에 피워둔 모닥불 주변에 앉아 어묵탕에 사케를 곁들인다. 군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고, 핸드 드립 커피나 음료도 마실 수 있다. 가족과 아고라를 찾은 임윤재(39)씨는 “캠핑장이 아니라 멋진 건축물 속에서 불멍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휘닉스아일랜드 야외수영장은 한겨울에도 온수풀로 운영한다. 수온은 36도다. 최승표 기자

섭지코지에 있는 시설은 리조트 투숙객만 이용하는 건 아니다. 휘닉스아일랜드는 콘도 리조트여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적합하다. 혼자 혹은 둘이서 제주를 찾는다면 가격(2인실 약 6만원)이 합리적이고 젊은 감성이 풍기는 ‘플레이스캠프 제주’가 제격이다. 섭지코지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 묵어도 유민미술관 50% 할인, 식음 업장 1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휘닉스아일랜드 온수 풀과 사우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주=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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