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희미한 미소 띤 채 "내일 감옥 가는 건가요?" [박근혜 회고록]

손국희 2024. 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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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22일 오전 청사를 떠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왼쪽은 유영하 변호사. 중앙포토


“내일 감옥으로 가는 건가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2017년 3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사저를 방문한 유영하 변호사에게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했다. 유 변호사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법원이 있는 그대로 판단한다면 기각하겠지만, 여론에 영향을 받을 것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유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는 이미 힘이 빠져 있었고, 대통령도 다가올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연재 중인 ‘박근혜 회고록’이 오는 4일 마지막 연재를 앞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수감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유영하 변호사가 3일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거세게 불거지던 2016년 11월 15일 변호사로 선임된 이래 줄곧 박 전 대통령의 곁에서 변호를 담당했다.

유 변호사는 “2017년 3월 31일 새벽 3시를 넘겨 영장이 발부된 뒤 미동조차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던 대통령의 눈빛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며 “대통령은 내게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준비할게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9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고 장기입원에 대한 부담으로 약 70일 뒤 구치소로 돌아갔을 때 느낌 감정도 술회했다. 유 변호사는 “누군가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조롱하겠지만, 그날 나는 대통령과 구치소 밖으로 탈옥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그날 느낀 허탈감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겪은 어려움도 전했다. 유 변호사는 “그해 가을 무렵부터 대통령의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며 “요새는 책 보기도 싫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지나가는 말이 내겐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이 소음처럼 들린다고 할 정도였지만, 주치의들의 세심한 보살핌 속에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회고록의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회고록 주소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9160 입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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