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희미한 미소 띤 채 "내일 감옥 가는 건가요?" [박근혜 회고록]
“내일 감옥으로 가는 건가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2017년 3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사저를 방문한 유영하 변호사에게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했다. 유 변호사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법원이 있는 그대로 판단한다면 기각하겠지만, 여론에 영향을 받을 것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유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는 이미 힘이 빠져 있었고, 대통령도 다가올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연재 중인 ‘박근혜 회고록’이 오는 4일 마지막 연재를 앞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수감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유영하 변호사가 3일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거세게 불거지던 2016년 11월 15일 변호사로 선임된 이래 줄곧 박 전 대통령의 곁에서 변호를 담당했다.
유 변호사는 “2017년 3월 31일 새벽 3시를 넘겨 영장이 발부된 뒤 미동조차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던 대통령의 눈빛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며 “대통령은 내게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준비할게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9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고 장기입원에 대한 부담으로 약 70일 뒤 구치소로 돌아갔을 때 느낌 감정도 술회했다. 유 변호사는 “누군가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조롱하겠지만, 그날 나는 대통령과 구치소 밖으로 탈옥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그날 느낀 허탈감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겪은 어려움도 전했다. 유 변호사는 “그해 가을 무렵부터 대통령의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며 “요새는 책 보기도 싫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지나가는 말이 내겐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이 소음처럼 들린다고 할 정도였지만, 주치의들의 세심한 보살핌 속에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회고록의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회고록 주소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9160 입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륜녀 끼고 항암까지 다녔다…남편 욕창 걸리자 아내의 선택 | 중앙일보
- 12월 기온차 20.6도…과일 금값됐는데 올해 더 '미친 날씨' 온다 | 중앙일보
- NBA 중계화면에 잡힌 이부진…그 옆에 앉은 '훈남' 정체 | 중앙일보
- "메뉴판 바꾸는 돈이 더 든다" 식당은 소줏값 그대로인 이유 | 중앙일보
- 연 4.7% 이자 매일 나온다…7조 몰린 ‘연말정산 준비물’ | 중앙일보
- 이렇게 무서운 미키마우스는 처음…기괴한 얼굴로 살인마 됐다 | 중앙일보
- 아빠는 강간 살인범으로 몰렸다…10살 아들 속인 조작된 연필 [나는 무죄입니다] | 중앙일보
- 장범준·성시경도 분노…"6만원 콘서트 티켓, 100만원에 팔더라" | 중앙일보
- 오세훈 "이제 법조·관료 시대? 나라 이끄는 건 여전히 기업"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 중앙일보
- [단독] 이웃들 "이재명 습격범, 남과 부딪힐 일 없는 온화한 성격"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