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영원히 머물고 싶은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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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았다.
영화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림보'에서 근무하는 두 남자가 계단을 오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22명의 망자는 이미 기억을 골랐거나 생애를 되돌아보며 고심했고 선택을 번복하고 거부하거나 허풍을 떨기도 했다.
영화를 감상하는 나도 감독이 던지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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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았다. 영화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림보’에서 근무하는 두 남자가 계단을 오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림보에 도착한 망자는 다음 생으로 가져가고 싶은 단 하나의 기억을 사흘 안에 선택해야 하며 다른 기억은 림보를 떠남과 동시에 삭제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22명의 망자는 이미 기억을 골랐거나 생애를 되돌아보며 고심했고 선택을 번복하고 거부하거나 허풍을 떨기도 했다. 영화를 감상하는 나도 감독이 던지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머물고 싶은 일생의 한순간을 꼽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단 하나’라는 어구가 붙으니 소박하고도 단란했던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 소풍날 엄마가 싸준 한입 크기의 동글동글한 주먹밥, 아빠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누비던 어린이날, 단짝과 지리산 둘레길에서 나눈 대화들, 돗자리 깔고 볕을 쬐며 낮잠을 잤던 봄. 내 기억들은 투명한 광채를 내며 출렁이는 햇살처럼 눈부셨다. 차라리 울분에 찼던 일, 상처와 후회로 남은 일들까지 전부 가져갈 수 있는 편이 내게는 더 나을 것 같았다. 확실히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은 먼데 바람이 매섭다 느껴지는 일상에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던진 질문은 내가 걸어왔던 길을 따라 피어 있는 추억이 있음을,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시들지 않는 꽃처럼 만개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 말해주는 듯했다. ‘이곳에서 일주일간 머물게 되며 당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만 수요일까지 선택해주세요. 매주 토요일에 영상으로 상영되고 오직 그 기억만을 가지고 다음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 언젠가 림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어떤 기억을 선택하게 될까. 죽음의 편에서 더없이 소중한 삶을 그리려 했다는 감독의 회고가 마음을 관통한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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