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美 AI 칼바람… “고임금 사무직 대량 해고 다가오고 있다”

전웅빈 2024. 1. 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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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AI’로 법률가 등도 경쟁 직면
美 주요 기업들 이미 대규모 감축
테크업계 1179곳 작년 26만명 해고
“새로운 능력 제공” AI로 속속 대체

2023년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빅테크 기업 중 한 곳인 인텔이 캘리포니아주 폴섬 지역 연구개발 부서에서 235명의 직원 해고를 단행하고, 2024년에도 추가 인력 감축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여러 차례 정리해고를 통해 직원 1000명가량을 내보낸 상태였다. 뉴스위크는 인텔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2024년 인력감축 계획을 설명하며 “대량 해고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미국에서 경기둔화와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가 맞물리면서 거대한 해고 물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테크 기업 등의 고임금 숙련 노동자들이 주요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빛의 속도와 같은 AI 개발은 새로운 (일자리) 파괴의 물결을 가져온다”며 “생성형 AI의 등장이 고임금 사무직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 부분에서 사기 탐지에 대해 수년간 일하며 경험을 축적한 근로자들이 생성형 AI 출시로 취약해질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의적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며 “언어 교사, 법률 전문가, 예술가 등 변화에 안전하다고 여겨진 직업도 (AI와의) 치열할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에 노출된 산업 분야에선 자동화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충격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대졸 근로자들이 많은 대도시는 생성형 AI의 충격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서부의 제조 중심지는 AI 충격에 대한 노출도가 낮았다.

AI의 등장은 최상위 일부 근로자들에게만 혜택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댈러스 연은은 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분석했더니 AI 기술 사용을 요구하는 직종이 임금분포 상위 10%에 노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 분포 최상위에 있는 근로자는 AI 발전으로 보완돼 수혜자가 될 수 있지만, 최상위에 속하지 않는 고숙련 근로자의 직업은 AI로 취약해질 수 있다”며 “최상위 근로자와 나머지 근로자 사이의 격차는 계속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댈러스 연은의 보고서는 이미 현실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구인·구직 사이트 ‘레쥬메 빌더’가 최근 750개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즈니스 리더 10명 중 4명이 2024년 직원 감축을 시행하고, 그 자리를 AI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절반가량은 올해 채용을 동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즈니스 리더 65%는 이미 해고를 시작했고, 이 중 25%는 인력의 30% 이상을 내보냈다고 답했다.

구글은 인원 감축 태풍에 들어서 있다. IT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구글이 생성형 AI 기술 발달로 효율성이 급증해 광고영업팀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구글 측이 AI로 대체 가능한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내보낼 것이라며 3만명에 달하는 광고영업 부문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티그룹에서도 감원 칼바람이 관측되고 있다. 시티그룹은 조직 개편을 위해 중복 업무를 평가하는 ‘보라보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CNBC 뉴스는 이를 통해 전체 인력의 최소 10%가 감원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계획이 실행되면 약 2만4000명이 해고된다는 의미다.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우리는 매우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일부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글로벌 테크업계 감원을 집계하는 ‘레이오프(layoff.fyi)’에 따르면 지난해 1179개 기업이 26만1847명을 해고했다. 2022년(16만4969명)보다 58.7% 늘어났다. 아마존(2만7000여명), 메타(2만1000명), 구글(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MS·1만1000명) 등 4대 빅테크 업체에서만 7만1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에서만 7만6000명이 해고됐다고 한다.

레이오프의 로저 리 창업자는 “기업들이 수익 전망을 개선하려고 2024년까지 예산을 조정해 팬데믹 시대의 대규모 채용 경로 수정을 지속할 것”이라며 “2023년 초처럼 대대적인 해고는 아닐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일어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AI를 정리해고 이유로 꼽는 기술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드롭박스의 드류 휴스턴 CEO는 지난해 직원을 감축하며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성장은 둔화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역풍이 우리 사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AI가 우리에게 새로운 능력을 제공하고, 지식 작업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어왔다”며 “그 기회는 어느 때보다 크고, 이를 위해 긴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로의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이었다는 의미다. IBM도 향후 5년 내 인사 분야 등에서 약 7800명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이를 AI로 대체하기로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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