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精談] 그래서 뭐?
마련… 피하지 말고 맞서
극복해내는 한 해 되시길
뉴욕의 본래 이름은 뉴암스테르담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네덜란드인들은 17세기에 원주민들에게 맨해튼을 단돈 24달러에 사들였다. 이를 기점으로 오늘날 미 동부에 진출한 네덜란드인들은 현재 뉴욕인 땅을 뉴암스테르담으로, 그 주변 일대는 뉴네덜란드로 부르며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네덜란드와 두 차례 전쟁을 펼친 영국이 이 땅을 차지했다. 당연히 영국인들은 도시명을 영국식으로 짓고 싶어 했다. 이 땅은 영국 왕의 동생인 제임스 2세에게 주어졌고, 그의 작위는 ‘요크공작(Duke of York)’이었다. 하여, 도시명에 요크 공작을 넣기로 했는데, 마침 영국 본토에는 ‘요크’가 있었다. 그래서 이곳은 ‘New York’, 즉 ‘뉴욕’이 되었다.
이렇다 보니, 뉴욕은 네덜란드인들로 넘쳐났다. 방귀 좀 뀌고 싶은 영국인들에게 이들은 눈엣가시였기에 곱게 부르기 싫었다. 당시 네덜란드인에게 가장 흔한 성은 ‘얀(Yan)’과 ‘카스(Kass)’. 영국인은 네덜란드인을 뭉뚱그려 ‘얀카스’라 불렀다. 카스의 뜻은 치즈니, 네덜란드인의 몸에서 고릿한 치즈 냄새가 난다는 뉘앙스를 은근히 풍긴 셈이다.
어쨌든, 모든 언어는 부르기 편하게 바뀌기 마련이다. 얀카스는 훗날 ‘Yankee(양키)’가 됐고, 이를 모티프 삼아 뉴욕을 연고로 한 야구팀 ‘뉴욕 양키스’가 탄생했다. 어째 이상하지 않은가. 조롱의 뉘앙스가 담긴 명칭이 팀이름이 되다니? 의아하다면, 하나 더 들어보시라.
최희섭 선수가 뛰었던 ‘시카고 컵스’는 바뀐 이름이다. 이전 명칭은 놀랍게도 ‘시카고 오펀스(고아들)’이다(이마저 놀라운데, 이는 팀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앤슨’과 작별하며 붙은 이름이다). 여하튼, 1901년에 팀은 ‘고아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린 선수들로 이뤄졌다. 이를 두고 한 기자가 ‘올해의 시카고 오펀스는 새끼동물들(cubs) 천지다’라는 식으로 썼다. 야구계는 예나 지금이나 별명과 유행어가 넘치는 세계이니, 모두 공식 팀명 대신 ‘시카고 컵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침 Cub에는 새끼 곰이라는 뜻도 있었으니, 팀은 로고에 새끼 곰을 넣고, 아예 팀명을 ‘시카고 컵스’로 바꿔버렸다. ‘너희들, 새끼 곰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라고 반문하듯.
LA 다저스도 비슷하다. 이 팀의 본래 연고지는 뉴욕의 브루클린이었다. 그때 명칭은 ‘브루클린 애틀란틱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아틀라스(atlas)’에서 따온 것이었다. 한데, 오늘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당시에는 ‘뉴욕 자이언츠’였다. 그러니, 한 도시에 ‘거인’을 뜻하는 팀이 둘이나 있었다. 그래서 팀명을 바꾸기로 했으니, 이때 브루클린 사람들은 거리에 다니는 전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이런 이들을 ‘다저스’라 불렀고, 이게 마침 도시인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브루클린이 슬럼이라는 편견도 떨쳐낼 수 있었다. 팀명은 ‘브루클린 트롤리 다저스’로 바뀌었고, 이후 LA로 연고를 옮기며 간단히 줄여 ‘LA 다저스’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 하나. 다저스에는 ‘무임승차자, 탈세자’라는 뜻도 있다. 썩 좋은 의미만 담긴 건 아닌 셈이다.
스포츠 팀명은 왜 이런 식일까. 경기하다 보면,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 상대 팀의 조롱과 비난도 늘 따른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면으로 직시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기에 이런 작명에는 ‘그래. 너희 말대로 우리는 양키고, 풋내기들(컵스)이고, 무임승차자들(다저스)인데, 뭐 어쩌라고?’라는 오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So What(그래서 뭐)?’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어디 스포츠뿐이랴. 삶에도 늘 고난과 듣기 싫은 소리가 따른다. 그렇기에 신년을 맞아, ‘그래서 뭐’의 정신으로 새로이 무장한다. 한 해 동안 역경과 시련을 만나더라도, 여러분도 ‘그래서 뭐?’하고 떨쳐내시길.
최민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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