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트럼프, 막말해도 이기는 이유

전웅빈 2024. 1. 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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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과 공약을 비판하며 그의 재선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콜버트 킹은 올해 트럼프로 인해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추악한 해'가 될 것이라며 여론이 그를 심판하길 촉구하기까지 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민주당 마녀사냥의 순교자로 여겼고, 지금의 핍박이 사실은 마가 당신들을 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그래서 기성 언론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독설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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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최근 주요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과 공약을 비판하며 그의 재선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콜버트 킹은 올해 트럼프로 인해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추악한 해’가 될 것이라며 여론이 그를 심판하길 촉구하기까지 했다.

트럼프의 독한 발언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치자문업체 JL파트너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트럼프 재집권 시 연상되는 단어로 ‘복수’ ‘권력’ ‘독재’ 등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신기한 건 트럼프 반응이다. 상식적으로는 불리한 내용이어서 화가 날 법한데, 트럼프는 이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유하며 오히려 흡족해하는 듯했다. 트럼프의 대응은 확실한 집토끼 전략이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향해 “재선에 성공해서 반드시 기득권에 보복해 주겠다”는 속내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마가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체화된 집단성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민주당 마녀사냥의 순교자로 여겼고, 지금의 핍박이 사실은 마가 당신들을 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성탄절 메시지로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을 향해 “미치광이는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했다. 마가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막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을 향해 “법복 입은 쥐들을 모두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선거를 앞두고 표 떨어질까 입조심하는 기성 정치세력과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는 정치 양극화라는 암담한 현실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 50~60%를 달리고 있다. 경쟁자와 격차는 압도적이지만 뒤집어 보면 공화당원 절반 가까이는 인물 교체를 원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체 유권자로 확대하면 그 비율은 58%(AP 조사)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선 45%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며 1~4% 포인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절대 교차 투표를 하지 않는 당원들 성향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 확실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누구든 그곳에 깃발만 꽂으면 4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게 된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레거시 미디어를 조롱하고 SNS를 활용해 분열적 발언을 하며 정치 양극화를 부추겼다. 8년이 지난 지금 마가는 주류 언론과 단절한 ‘에코 체임버’에 갇혀 확증 편향을 키우고 있다. 스티브 배넌, 피터 나바로 등 트럼프 최측근들은 이들을 상대로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교시’를 내리는 중이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사태가 설계된 곳은 배넌의 팟캐스트 ‘워 룸’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평론가 존 허먼은 “2024년 대선이 파편화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뉴스를 외면하는, 최초의 ‘장소 없는 선거’(a placeless race)가 될 수 있다”며 “실패한 미디어 환경은 사기꾼과 음모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가세한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는 아스펜 포럼에서 “소셜미디어가 생성형 AI의 허위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2024년 대선은 엉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래서 기성 언론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독설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굳건한 그의 정치 기반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이어갈 공산도 크다. 이번 대선은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선거를 치르는 76개국에서 이 전술을 따라 할까 걱정이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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