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투세 폐지는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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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금투세 발표 땐 금융세제 선진화라더니
또 개인투자자 표심만 노린 총선용 정책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증시 개장식에 참석,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소득세를 매긴다. 이익에서 손실을 빼고 5000만원 초과분의 20%(3억원 초과분은 25%)가 세금이다. 2023년 도입하려던 금투세는 2022년 12월 여야 합의로 2년 유예됐다. 당시 주식 양도세가 면제되는 대주주 기준(10억원)을 유지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 정부가 지난달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고쳐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했다.
2020년 금투세 도입을 발표할 때 정부가 내세웠던 명분은 ‘금융세제 선진화’였다. 근로·사업소득에 비해 금융투자소득의 비과세 범위가 넓어 고소득층일수록 금융상품을 활용해 조세 회피를 할 수 있었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투자유형별·금융상품별로 제각각인 과세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게 선진화의 골자였다. 금투세가 금융세제 선진화라면 윤 대통령이 말한 금투세 폐지는 대체 뭐란 말인가.
금투세 폐지는 공매도 전면 중단과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이어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부 개인투자자 단체는 “금투세는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라고 주장하며 공매도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삼아 왔다. 이쯤 되면 우리 증시는 이제 개인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다. 일부 개인투자자 주장을 과도하게 반영한 탓에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금투세를 2년 유예하며 정치권이 내세웠던 게 조세 저항이었다. 어제 윤 대통령도 “과도한 부담의 과세”를 언급했다. 조세 저항이 생기는 건 국민의 납세의식이 낮아서가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조세 정책으로 정부 정책의 신뢰가 떨어진 이유가 더 크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도 한국 증시 저평가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펑크난 세수가 60조원에 달하고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44조원이라는 데도 정부가 통 크게 세금 깎아 주는 호기나 부릴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치권의 인기 영합, 포퓰리즘 정책을 책임지고 막아야 할 건 보수정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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