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의 죽음, 극한의 고통…그래도 끈을 놓겠습니까

어환희 2024. 1. 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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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사진 티빙]

한 남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은 그저 내 고통을 끝내줄 하찮은 도구일 뿐’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깨어난 그에게 ‘죽음’이라는 여자가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해?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난달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7년 차 취업준비생의 죽음과 그 이후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최이재(서인국)는 일생 단 한 번만 죽는다는 신의 섭리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12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벌을 받는다. 죽음을 앞둔 12명의 몸에 들어간다. 죽음을 피하면 그 사람 몸으로 새 인생을 살 수 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피하려 해도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는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원작 웹툰의 팬이라는 서인국(37)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웹툰을 보며 드라마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제작 초입 단계였다. 작품에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했다”며 “12번의 죽음과 삶을 겪으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제가 느낀 교훈을 시청자도 같이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에서는 세계관만 가져왔고, 인물과 서사는 바뀌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하병훈 PD는 “최이재의 영혼이 들어가는 12명 중 6명은 웹툰에 없는 캐릭터다. 원작에서 가져온 캐릭터도 죽는 순간을 바꿔 극적 연결성을 높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예능 PD 출신인 그는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2016)를 시작으로 ‘고백부부’(2017, KBS2), ‘18 어게인’(2020, JTBC) 등 시간 소재의 판타지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다.

하 PD는 사후세계를 소재로 작품을 쓰던 중 웹툰을 접하고 이번 드라마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두운 소재인 만큼 잔인한 장면도 있다. 이에 대해 하 PD는 “무엇보다 보는 분들이 최이재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이를 통해 죽음의 공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의 관건은 최이재의 영혼이 들어가는 12명의 인물 캐스팅이었다. 서인국과 ‘죽음’ 역의 박소담, 그리고 김지훈·이도현·오정세·김재욱·이재욱·고윤정 등을 섭외하던 10개월간 ‘PD가 미니시리즈 6개를 동시에 기획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지명도 높고 연기가 되는 각양각색의 배우들이 참여한 만큼 드라마는 액션, 스릴러,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펼쳐놓으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각 인물의 사연을 압축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담아내 숏폼(짧은 동영상) 등 짧은 서사에 익숙해진 대중의 속성을 잘 겨냥했다”고 평가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8부작 중 파트1 네 편이 먼저 공개됐다. 공개 후 2주 연속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였다. 해외에서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공개됐다. 일주일 만에 43개국에서 톱10에 진입(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했다. 오는 5일 남은 파트2 네 편이 공개된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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