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함의 눈부신 내일
Q : 소집해제 하자마자 찍는 화보예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A : 제가 연예인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아요(웃음). 꼭 새롭게 데뷔한 기분입니다. 2016년부터 활동하며 공백기를 가진 적도 있지만, 스케줄은 틈틈이 있었거든요. 나름 몇 년 활동했으니 공백에 익숙할 줄 알았는데 떨리네요. 하지만 이 낯선 기분이 묘하게 나쁘지 않아요.
Q : 당신의 존재를 세상에 더 널리 알린 〈시맨틱 에러〉가 뜨거운 반응을 얻자마자 입대했습니다. 그것도 종영 날에요
A : 작품 하나가 잘된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인 걸 알아요. 그 와중에 입대했으니 저도 사람인지라 아쉽기도 했죠. 그러다가도 문득 이건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 흥미로운 접근인데요
A : 물론 주목받으며 활동을 이어가도 좋았겠지만, 이 공백을 누군가 제게 자기발전의 시간으로 삼으라고 준 기회 같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고요. 주변 분들이 저보다 더 아쉬워했지만(웃음), 아쉬워하면 진짜 아쉬운 일이 되는 거잖아요.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쓰기로 했고 스스로에게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640일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오히려 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큰일났다’ 싶었죠(웃음). 감사하게도 팬 덕분에 상도 받고, 작품으로 좋은 소식이 이어지니 일을 쉬어도 쉬지 않는 것 같았어요.
Q : 한층 더 단단해졌군요. 배우로서 박서함의 모습에 관해 골똘히 생각해 봤나요
A : 작품이 잘되면 잘될수록 어떤 부담감과 압박도 조금씩 생겨났어요. 아마 운좋게 연이어 작품을 찍었어도 스스로 느낀 부족함으로 자책하며 다시 작아졌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의 저도 완벽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시간을 가졌으니 더 안정된 상태인 거죠. 사랑받는 일도 약간은 즐길 수 있게 됐고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여전히 정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확신 하나는 분명히 생겼어요.
Q : 어떤 확신인가요? 〈시맨틱 에러〉 찍기 전에도 웹드라마를 통해 종종 연기했지만, 2021년 20대 모든 걸 쏟아부은 팀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할 마음까지 먹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A : 그때는 꿈이라는 걸 상실했고, 뭘 하고 싶다는 의욕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번아웃이 크게 왔었어요. 〈시맨틱 에러〉 찍을 땐 작품이 이렇게 잘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그저 촬영과 현장이 즐거워 꿈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거든요. 그때 비로소 ‘내가 연기하고 싶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다시 꿈을 꾸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19회 차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을 통해 꿈이 다시 생겨나다니 기적 같았죠.
Q : 지난 〈엘르〉 인터뷰 때 김수정 감독이 이 작품의 성공은 오롯이 배우들 덕분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소집해제 때도 응원해 줬나요
A : 제게는 은인 같은 분이고,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해요.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죠. 감독님이 새 작품에 들어가면 커피 차를 보내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웃음). 연락도 받았어요. ‘팬 미팅을 보러 가겠다’고 해서 ‘꼭 오라’고 했죠!
Q : 마침 1월에 팬 미팅이 있어요. 어떤 걸 준비 중인지 힌트를 준다면
A : 최대한 팬들이 좋아하는 걸 선보이고 싶은데, 오래전 팬도 있고 새로 입덕한 분도 있어서 뭘 할지 고심했습니다. 춤과 노래를 준비했는데 분명 좋아해주실 겁니다(웃음).
Q : 늘 당신을 지지해 주는 팬들은 어떤 힘이 되나요
A : 누군가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걸 압니다. 팬들이 아니었으면 제대하자마자 이렇게 화보를 찍을 수 있었을까요?
Q : 요즘 ‘덕질’은 어때요? 시청자로서 최근 푹 빠진 작품이 있다면
A : 최근 〈연인〉을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또다른 사극 작품 〈옷소매 붉은 끝동〉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우연히 〈나의 해방일지〉를 봤는데 와, 정말 재밌는 거예요. 네 번은 돌려본 것 같아요. 훗날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배우가 된다면 손석구 선배님이 연기한 구 씨 같은 캐릭터는 한 번쯤 연기해 보고 싶어요.
Q : 박서함표 구 씨라니, 새롭겠는데요. 〈나의 해방일지〉와 같은 소소하지만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가나요
A : 그런 것 같아요. 일본 작품 〈심야식당〉처럼 소소한 에피소드를 좋아하고, 또 〈비긴 어게인〉 같은 잔잔한 음악영화도 잘 봅니다. 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와 마블영화가 없으면 절대 못 삽니다(웃음). 다만 공포 장르는 보는 것도, 연기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역할을 맡으면 열심히 하겠지만, 최소 몇 번은 기절할 것 같은데요.
Q : 귀신을 엄청 무서워하는군요
A : ‘어마무시’하게 말이죠. 저는 어른이 되면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지금은 더 무서워요.
Q : 꼭 공포영화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웃음). 요즘 도전해 보고 싶은 또 다른 장르가 있다면
A : 액션이나 스릴러도 좋지만, 진한 멜로 작품을 찍고 싶어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눈물 콧물 쏙 빠지는 작품 말이죠.
Q : 닮고 싶다고 생각한 배우가 있나요
A : 김우빈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멋있는 배우이고, 말이 필요 없죠. 특유의 섬세한 카리스마를 닮고 싶어요. 모든 장르를 한계 없이 소화한다는 점도 물론이고요.
Q : 당신 또한 ‘유죄 인간’이라고 불리잖아요.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매력은 무엇인 것 같나요
A : 예전에는 타인과 저를 자꾸 비교했어요. 키 큰 친구도 많고, 잘생긴 친구도 많고, 목소리도 좋고 춤 잘 추는 친구가 많았거든요. 그때 저는 뭐든 자신에게 부정적인 ‘부정 인간’이었죠. 그런 ‘부정 인간’을 ‘유죄 인간’으로 봐주시다니…. 그 자체로 위로가 됐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스스로를 미워했을까 싶어요. 요즘은 거울을 자주 봐요. 전에는 거울조차 보지 않았거든요. 스스로를 못나게 생각하는 건 제게 확신을 심어준 팬들은 물론 저를 선택해 준 감독님, 회사 식구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저를 좋아해주는 저마다의 귀한 이유가 있을 텐데, 제가 마인드를 고치는 게 맞아요.
Q : 20대 박서함은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노력만큼 풀리지 않는 상황에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힘은
A : 원래 참는 걸 잘했어요. 잘 버틴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그땐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장면이 아름답게 추억되는 순간들이 꼭 오거든요. 그걸 알기에 그 힘이 30분 버틸 걸 1시간을 버티게 해요. 미화됐다는 건 내가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거니까, 그렇게 계속 더 나아지길 바라는 거예요. 힘든 일이 있었다면 분명 좋은 일도 와요. 저는 그 법칙과 패턴을 믿어요.
Q : 지금 박서함, 굉장히 ‘어른 남자’ 같은데요
A : 저도 이제 서른한 살인걸요(웃음).
Q : 아직 대중은 당신의 빙산의 일각만 봤겠죠. 꺼내놓지 않은 박서함은 어느 정도 남아 있나요
A : 사실 몇 퍼센트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 95%는 남아 있다고 믿고 싶네요. 내게는 아직 가능성이 많다고,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드릴게요.
Q :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놓았나요? 그간 못했던 말이나 남겨둔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해주세요
A : 사실 전역 1주일 전부터 고민과 걱정이 많았어요. 당연히 설레고 기대되지만, 걱정과 고민도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죠. 640일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발전했을지 기대하는 시선도 있겠고, 우려도 있을 텐데, 모든 걸 견뎌낸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아까 촬영한 유튜브 ‘네이름택’에서도 떨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요(웃음). 어쩌면 배우 박서함이 부족하다고 느끼실 것 같고, 제가 봐도 부족해요. 예전부터 춤도, 노래도, 느는 속도가 더딘 아이였거든요. 그런 자신한테 화도 많이 났는데, 더딘 만큼 쉽게 물러서지는 않아요.
Q : 2024년의 박서함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A : 중요한 기회들이 주어질 것 같아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요. 오늘 화보도 제게는 기회였어요. 몸도, 마음도 잘 정비해서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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