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수의 심장'서 "잘하겠다"한 한동훈…당원들 "믿는다"

김민석 2024. 1. 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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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TK 찾아 "이곳은 내 정치적 출생지"
'지지자 1000여명' 운집해 '환호·열광'
의자 위 오르고, 넥타이 푸는 모습 보인
韓에 당원들 "총선 승리 이끌 것" 지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서 의자 위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생긴 것만 그런 기 아니라, 말하는 게 팍팍 믿음이 가잖아예. 우리 대구는 한동훈이 함 믿어 볼랍니더"(대구 만촌동 거주 59세 여성 김모 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2024년 갑진년을 맞아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의 당원들에게 신년인사를 전하고, 당을 이끌게 된 다짐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런 목적을 의식한 듯 한 비대위원장은 1000여명이 운집한 대구 북구 엑스코 회의장 연단에 올라 "대구·경북은 나의 정치적 출생지"라며 보수 표심에 구애를 표했다.

현장은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 위원장이 걸어가는 길마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신년사를 하기 전에 앉아있던 한 위원장을 찍기 위해 원탁 테이블을 둘러싸고 카메라를 든 지지자들의 손 때문에 그 너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한동훈 국민응원단'이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는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었고, 행사장 내엔 한 위원장이 걸어가는 모습을 캡처한 사진을 단 깃발까지 등장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행동할 때마다 큰 북을 울려대는 지지자도 있었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서로를 질타하는 큰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서 넥타이를 풀고 있다. ⓒ뉴시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지지자들의 외침을 환호로 격상시켰다. 그는 사회자가 자신을 소개하자 대뜸 의자 위에 올라서서 360도로 돌면서 지지자들에게 손 인사와 허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연단 위에 서기 전엔 내부 열기에 덥다는 듯 붉은색 넥타이를 풀어헤쳤고, 그 상태로 단상에 올라 신년사를 읊었다.

대구·경북을 '정치적 출생지'라고 규정한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7일 법무부 장관 시절 대구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풀어놓으며 행사장을 더 뜨겁게 달궜다. 그는 "지난 11월 17일 밤 3시간 동안 기차를 못 타면서 동대구역에 길게 줄을 선 대구 시민들과 대화했다"며 "이런 동료 시민의 미래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언제든 오늘의 초심이 흔들릴 때 동대구역의 시민들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처음 하는 내게 (다른 분들이) 충고하듯이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에 정체되거나 매몰되면 안 된다' '대구·경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응원과 지지를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대구·경북이 바라는 것은 정의고 성장이고 자유이고 평등이다. 정교한 정책으로 박력 있게 구현할 것"이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자신을 대구 지산동에 거주한다고 소개한 34세 남성 이모 씨는 "왜 예전 대선 때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이니 하는 말들이 있었지 않나. 지금 이 상태면 '어대한'(어차피 대통령은 한동훈)이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가 '한 비대위원장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아까 (한 위원장이) 정책 어쩌고 하지 않았나. 나도 결혼한 지 4년이 됐는데 아직 두려워서 아기를 낳지 못하고 있는데, 진짜 좀 대구 경제를 살리는 정책들을 내서 아기랑 같이 살 수 있는 대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왼쪽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구신암선열공원 참배 전 김용판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대구·경북 신년인사회가 열리는 대구 엑스코회의장 앞에 걸린 '한동훈 국민응원단' 현수막, 대구 엑스코회의장 내부에 운집한 지지자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아울러 거듭 "잘하겠다"고 말한 한 위원장은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우리 모두가 대구·경북 시민들께 더 잘하겠다. 이렇게 든든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대구·경북 여러분 동지와 함께 길을 만들겠다"며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경북 동료 여러분 우리 함께 가자"고 외쳤다.

한 위원장의 등판으로 4·10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대구 칠성동에 거주하는 62세 남성 최모 씨는 "박통(박근혜 전 대통령)이 맨 앞에 나와서 총선에서 이겼었는데 지금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인기나 이런 걸 보면 그 때가 생각난다"며 "윤핵관이니 이런 사람들이 나가고 한동훈 중심으로 잘 뭉쳐서 하면 못 이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공식 취임한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 현충원과 대전시당 신년인사회를 방문하면서 올해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이날 오후 3시께 대구 동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찾아 순국선열을 참배한 후, 대구·경북 신년인사회를 찾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당 안팎에선 한 위원장이 스윙보터(대전·충청)와 보수층(대구·경북)을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을 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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