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 완성하는 ‘이문·휘경뉴타운’…동북권 1만4천가구 미니 신도시로 부상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 진단]
서울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상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역을 등지고 1~2분 더 걸었을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흰색 펜스와 함께 ‘IPARK 이문3 주택 재개발 현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문3구역을 재개발한 ‘이문아이파크자이’ 공사 현장이다. 외대앞역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위치할 정도로 초역세권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2023년 11월 분양한 4321가구 대단지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1467가구가 배정됐다. 1순위 경쟁률은 16.87 대 1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가 부동산업계에서 요즘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워낙 대단지다. 구도심으로 이뤄진 서울시 동대문구 일대에서는 3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곳은 서울 동북권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지 규모가 크고 외대앞역 초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실수요자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높은 분양 가격 역시 다른 의미에서 주목받은 이유로 꼽힌다. 전용 59㎡ 분양가가 10억62만원(최고가 기준), 전용 84㎡가 14억4026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문아이파크자이가 분양하기 3개월 전 분양한 ‘래미안라그란데’와 비교하면 동일 면적 기준 1억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90% 이상 초기 계약률을 달성했으며 최근 모집한 미계약 물량 추가 접수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문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문동은 도심 접근성이 좋고 회기역, 청량리역 등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지만 노후 주택이 많아 실수요자 관심이 적던 곳”이라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이문·휘경뉴타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이문동과 휘경동 일대는 중산층 주거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문·휘경뉴타운이 활발한 재개발 사업과 함께 서울 동북권 주거 지역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문·휘경뉴타운은 서울시가 2006년 추진한 3차 뉴타운지구 중 한 곳이다. 당시 서울시는 성북구 장위, 서대문구 북아현 등과 함께 동대문구 이문동과 휘경동 일대를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했다. 약 80만㎡ 부지에 1만4000여가구를 짓는 매머드급 정비사업구역이었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소강상태에 빠졌던 이곳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휘경2구역(휘경SK뷰)을 시작으로 2021년 3월 휘경1구역(휘경해모로프레스티지)이 입주를 마쳤다. 2023년에는 휘경3구역(휘경자이디센시아)과 이문1구역(래미안라그란데)이 성공적으로 분양을 끝냈다. 2023년 4월 분양한 ‘휘경자이디센시아’는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몰리며 경쟁률 51.71 대 1을 기록했다. 8월 분양한 ‘이문래미안라그란데’도 3만7024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79.11 대 1로 일찌감치 완판됐다.
2023년 분양한 이문아이파크자이 역시 일부 미계약 물량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완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문·휘경뉴타운 마지막 퍼즐이라 불리는 이문4구역과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사업으로 전환한 이문2구역 역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사업이 완료하면 이곳은 1만4000가구 이상 중산층이 밀집하는 주거 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4구역도 관리처분인가 진행 중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동대문구 이문동 168-1 일대(과거 이문2구역) ‘장기전세주택 건립을 위한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 정비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 역세권인 이곳은 노후도가 97.2%에 달해 동대문구 일대에서 가장 낙후된 빌라촌으로 꼽혔다. 당초 이문·휘경뉴타운 이문2구역으로 속해 있었지만 2014년 주민 반대로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통상적으로 재개발이 취소된 지역은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선다. 하지만 이곳은 차량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도로가 너무 좁고 노후화가 심해 신축 빌라를 지어도 사업성이 떨어졌다. 이후 2020년 장기전세주택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역세권 시프트는 역 반경 350~500m 이내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용도지역을 2종 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대신 공공임대 등을 늘렸다. 향후 지하 4층, 지상 40층, 총 1265가구 공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중 공공임대는 366가구(장기전세주택 251가구 포함)가 포함된다.
단지 내부에는 약 3800㎡ 규모 공원이 마련된다. 커뮤니티 시설은 2740㎡로 조성해 인근 거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문역과 이문초로 이동하기 쉽도록 단지 내부 공공보행통로도 설치된다.
이문·휘경뉴타운 개발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문4구역 역시 조금씩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시공사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관리처분인가를 진행 중이다. 이문4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에 이어, 2017년 조합설립인가, 2023년 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40층, 22개동, 3628가구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1133가구로 예상된다.
이문4구역은 이문아이파크자이와 함께 이문·휘경뉴타운 대장주로 꼽히는 단지다. 총 3628가구로 단지 규모가 크고 서울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과 신이문역을 끼고 있으며 일부 구릉지가 포함된 다른 구역과 달리 완전 평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뉴타운 내에서 유일하게 중랑천 뷰를 독차지하는 단지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은다.
약 20년 만 완성 이문·휘경뉴타운
대단지 들어서지만 학교 문제는 숙제
이문4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철거에 나서면 이문·휘경뉴타운 개발도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된다. 뉴타운 지정 후 약 20년 만이다.
총 1만4000가구에 달하는 이문·휘경뉴타운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심 접근성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이 일대를 관통해 광화문·종각 일대 도심업무지구와 연결된다. 대중교통 환승을 통해 강남·여의도업무지구로 출퇴근 가능하다.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도로와 접해 있어 자동차를 타고 서울 전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교통 호재도 여럿 있다.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총 4개 노선이 지나는 청량리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C노선이 추가 개통할 예정이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또 면목선(청량리~신내동),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 등도 계획돼 있다. 청량리역이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 교통 허브로 거듭나면 이문·휘경뉴타운이 가장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모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문·휘경뉴타운이지만 해결 과제도 있다. 바로 학교 문제다.
대부분 단지에서 초·중·고까지 거리가 만만찮다는 점은 재개발 완료 후 최대 단점으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이문아이파크자이는 도보 5분 이내 이문초로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휘경자이디센시아와 래미안라그란데는 청량초에 배정된다. 각각 도보 15분 거리로 초등학생들이 통학하기에는 다소 멀다. 인근 초등학교 수도 적어 대단지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문4구역은 초등학교 용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허가가 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문·휘경뉴타운은 노량진뉴타운, 북아현뉴타운 등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입지를 가진 곳”이라면서도 “향후 들어설 단지 규모에 비해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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