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장재훈·김익환 “용처럼 날아오를 것” [CEO 라운지]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 용띠 CEO들은 푸른 용의 기상만큼 저마다 야심 찬 목표를 앞세우며 남다른 성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SK그룹 2인자’ 최창원 의장 눈길
금융권은 삼성생명 홍원학 두각
1964년생 용띠 CEO 중에서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단연 돋보인다. 구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은 2023년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20년간 LS일렉트릭, LS전선, LS MnM 등 주력 계열사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재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LS그룹 매출은 2003년 7조4000억원에서 2022년 36조3451억원으로 49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03년 당시 348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1조1988억원으로 ‘마의 1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여세를 몰아 새해에는 2차전지 소재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LS와 엘앤에프의 합작법인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은 최근 전북 새만금산업단지 5공구(33만8000㎡) 부지에 전구체 공장을 착공하고 2026년 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속적인 증산을 통해 2029년 12만t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LS가 전구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양극재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전구체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구체 국산화가 시급해지면서 LS그룹은 서둘러 전구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배터리 소재 산업 밸류체인 구축 기대도 크다. LS그룹 비철금속 계열사인 LS MnM이 제련 과정의 부산물, 공정 스크랩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생산한 황산니켈을 LLBS에 공급하는 덕분이다. 엘앤에프는 합작사가 생산한 전구체를 공급받아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면서 황산니켈 → 전구체 → 양극재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구 회장은 ‘비전 2030’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Carbon Free Electricity)’과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전력 인프라, 전선 등 기존 사업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 사업을 동시에 키운다는 ‘양손잡이 경영’도 구 회장이 앞세우는 경영 철학이다.
최근 인사를 통해 단숨에 ‘SK그룹 2인자’로 부상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돋보이는 용띠 CEO다.
최 의장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중간지주사 SK디스커버리그룹을 마련해 사실상 독자 경영을 해왔다.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로 SK디스커버리를 화학, 가스, 제약에서 친환경 소재, 재생에너지, 바이오 중심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SK 주요 계열사들이 그동안 해외 기업 지분 투자, 인수합병(M&A)에서 막대한 손실을 낸 만큼 최 의장은 새해 SK그룹 투자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중복 투자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디스커버리그룹으로 독자 경영 행보에 나선 이후에도 기존 주력 사업과 신사업 간 차별적인 조직 관리에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창원 의장은 M&A 기반으로 성장한 SK그룹의 외연 확장·관리 전략을 재점검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정의선 회장과 함게 현대자동차 성장세를 이끌어온 장재훈 사장도 1964년생 용띠 CEO다.
장 사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차에 합류한 뒤 경영지원본부장 직함을 가진 상태에서 국내사업본부장, 제네시스사업부장 등 3가지 중책을 맡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자율 복장 제도와 직급 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고, 경영진과 직원의 소통 무대인 타운홀 미팅을 주도하는 등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현대차그룹이 전사적으로 시행하는 업무 혁신 활동을 진두지휘했다. 덕분에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정의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정의선의 남자’로 부상했다.
장 사장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는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1조6524억원으로 이미 2022년 연간 실적을 넘어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와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미국에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호조로 시장점유율이 5.6%로 치솟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를 이끄는 조재천 대표 역시 눈길 끄는 용띠 기업인이다. 그는 현대엘리베이터 입사 이후 줄곧 승강기 영업 부문에서 근무하며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업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영업통’이다. 2013년 현대엘리베이터 국내 승강기사업본부 영업 담당을 거쳐 2019년 승강기사업본부장에 선임됐고 2022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2030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글로벌 톱5 진입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금융권에서도 갑진년을 기대하는 용띠 CEO들이 적잖다. 2023년 말 인사에서 삼성생명 수장에 오른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가 대표적이다. 홍 신임 대표는 1990년 삼성생명 입사 후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 등을 거친 뒤 2021년 12월 삼성화재 대표로 취임했다. 삼성화재 수장을 맡은 이후 안정적인 사업 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은 “홍 신임 대표가 생보, 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세실업, 글로벌 ODM 업체로 성장
의류업계에서는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차남인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1976년생 용띠 CEO다. 김 부회장은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쳤다. 2004년 한세실업에 입사한 후 2009년 R&D부서장, 2013년 품질관리(QA) 부본부장, 2014년 영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2020년에는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한세실업을 글로벌 의류 ODM(제조업자개발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시장 톱티어 업체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갭(GAP), 에이치앤엠(H&M),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브랜드와 미국 유통 업체 타겟, 월마트 등을 고객사로 두면서 전 세계 9개국, 21개 법인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면서 스마트 공정을 구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세실업만의 스마트 시스템 ‘햄스(HAMS·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 세계 모든 공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제품 생산 흐름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제품 생산 모니터링, 분석 시스템은 곧장 생산 효율화, 제품 품질 표준화로 이어졌다.
한세실업 디자인 역량 개선을 위해 자체 3D 디자인 기술을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국내 의류 업체 최초로 버추얼디자인(VD)팀을 구성해 가상 샘플을 제작했다. 현물 원단의 질감과 패턴, 컬러감까지 그대로 표현하는 3D 기술은 바이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세실업은 2024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18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김 부회장은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여 미래 성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1호 (2024.01.01~2024.01.0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에 화들짝 놀란 삼성 반도체 직원들 [재계 TALK TALK] - 매일경제
- 새해 대출한도 줄어드나...주담대부터 시행 ‘스트레스 DSR’ 뭐길래 - 매일경제
- 새해 첫 날 환율 1300원대...좌우할 변수는? - 매일경제
- 태영건설, 결국 워크아웃…PF ‘빚 폭탄’ 다음은 어디? 건설업계 ‘시끌시끌’ [재계 TALK TALK] -
- 집중매수 ‘이차전지’...대주주 양도세 완화 효과 누렸다 - 매일경제
- ‘잭팟’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한 폴란드 방산 수출 [재계 TALK TALK] - 매일경제
- “당장 내년부터 해고?”…구글 3만명 구조조정 검토하는 이유 - 매일경제
- 네이버 자회사가 픽한 ‘알체라’…유증 계획 일단 스톱, 왜? - 매일경제
- 월가 2024년 장밋빛 낙관론...위험요소론 ‘이것’ - 매일경제
- ‘8만전자’ 보인다…삼성그룹주 ETF로 ‘뭉칫돈’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