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北은 태엽 감은 장난감…한ㆍ미 억제의 벽에 멈춰설 것"

박현주 2024. 1. 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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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일 태엽을 감는 장난감 자동차에 북한을 비유하며 "강력한 한·미 '억제체제의 벽'에 막혀 결국 태엽이 풀려 멈춰 서고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에 참석하는 모습. 뉴스1.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4년 통일부 시무식'에서 냉전 시기 자유주의 세계의 봉쇄전략을 입안했던 미국 전략가인 조지 케넌(George Kennan)의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 비유를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김 장관은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더 두텁고 더 높은 억제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은 북한과 대화에는 열려 있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존 입장을 이날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되 절제된 대응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일관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간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뉴스1.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계속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서지만 과연 북한 경제가 이를 뒷받침할 역량을 장기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한·미가 더 강하게 반응하면서 북한으로선 의도했던 바가 관철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결국 더 취약해질 것"이라면서다.

김 장관은 이날 "(북한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고 장마당에 참여하는 북한 여성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아래로부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또 "통일 준비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통일준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과거 정부 내외에서 산발적·간헐적으로 이뤄지던 노력을 체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다시 정의하며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주장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계속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기존 통일 구상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30일 진행된 연말 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이 한국을 향해 "통일이 불가능한 교전국"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과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그간 앞세우던 '민족 공조', '우리 민족끼리' 등의 선전 구호가 설득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선 선전적이고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를 계속 생산해야 체제 유지가 되기 때문에 또 다른 이데올로기를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한의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북한을 흡수 통일하겠다는 의도에선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평가도 내렸는데, 이와 관련해 이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새해 들어서 고도의 대남 심리전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분명 달랐다"며 "북한이 이를 마치 차이가 없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과 인식의 혼돈을 불러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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