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미술 전시 3대 키워드는 ‘여성·건축·구상 회화’
여성, 건축, 구상 회화. 주요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 갤러리에 예정된 미술 전시는 이 같은 3대 키워드로 요약이 된다. 올해는 한국에서 비엔날레를 통한 미술의 국제화가 시작된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2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 서울관에서 조경가 정영선의 개인전을 연다.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가이자 최초의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82)의 반세기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서울관에서는 또 다른 전시로 9월에 아시아여성 미술가전을 통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여성 예술가 30여명을 소개하는 전시를 하고, 덕수궁관에서는 5월 한국 자수의 역사를 살피는 ‘한국 근현대 자수’전을 한다. 과천관에서는 5월 최근 기증받은 작품 중 미술사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소개하는 ‘1960~70년대 구상회화’전, 7월 한국의 주거 건축을 통해 다양한 삶의 공간과 환경을 살피는 ‘퍼포밍 홈: 대안적 삶을 위한 집’, 11월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를 조망하는 전시 ‘생활·도자·예술: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 등을 차례로 한다.
한국미술 전시가 순수 미술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점을 감안하면 조경, 도자기 등 미술 주변에 위치한 장르를 조명하고, 여성의 손기술로 취급받던 하위 장르인 자수를 국립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것은 뜻 깊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내년 전시 의제를 건축으로 내세운 점도 이런 흐름에 조응한다. 서소문본관에서 4월에 영국의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을 연다. 포스터는 독일 국회 의사당, 미국 뉴욕 허스트 타워,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신사옥, 홍콩 HSBC 건물 등을 설계한 건축가로, 1999년 건축계 노벨상격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은 새해 첫 전시로 2월 28일 공감각적 전시 형식을 실험하며 예술적 경험을 확장해 온 알제리 출신 필립 파레노 개인전으로 새해를 연다. 또 9월에는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 작업을 해오며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진출한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가 예정돼 있다.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아트스펙트럼(9월)은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로 참여 작가 범위를 확대했고,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닛을 게스트 큐레이터로 초청해 국제적인 행사로 재탄생한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3월 개최하는 ‘여성과 불교’전을 통해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젠더(gender) 관점에서 조명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들과 협력해 불교미술의 ‘명품’이 총출동한다. 경매시장의 핫 스타로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의 전속작가인 40대 초반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9월)도 인기를 예고하는 전시다. 캔버스에 파스텔로 구현하는 초현실적인 색면화는 국경을 초월해 사랑받는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3월 미국 팝아트 작가 스티븐 해링턴의 개인전, 9월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북유럽 출신 작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전시를 마련했다.
상업갤러리도 작가 개인을 부각한다. 국제갤러리는 서울점에서 개념미술 작가 김홍석 개인전(2월)으로 새해 전시를 시작하며, 3월에는 리움미술관 전시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40대 설치미술가 강서경과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올해 89세인 김윤신은 아르헨티나에 이민 가서 활동하며 국내에서 잊힌 작가였지만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에서 개인전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메이저 상업갤러리에서의 전시는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미국의 비디오아트 거장 빌 비올라의 개인전도 9월에 예정돼 있다.
갤러리현대는 추상 작가 전시로 이미지를 굳힌다. 5월 3주기를 맞은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회고전이 열리고 6월에는 역시 3주기를 맞은 미니멀리즘 계열의 추상 회화 작가 김기린의 회고전이 이어진다. 8월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원로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린다. 신관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조각가 존 배, 본관에서는 재일동포 작가 곽덕준 개인전이 마련됐다.
올해는 한국미술이 국제화된 지 30년 되는 해다.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장에 1995년 한국관이 개관했고, 국내 최초의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도 창설 30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4월에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 개관 3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한국관 작가로는 구정아가 선정돼 전시를 준비 중이다.
9월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미술전은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를 주제로 프랑스 출신의 미술평론가 겸 기획자 니콜라 부리오가 총감독을 맡았다. 서울에서는 내년 5월 도봉구 창동역 인근에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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