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마차에 비행물 시위까지… 행동하는 게이머들

이다니엘 2024. 1. 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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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마차에 이어 비행물 시위까지 등장했다.

게임사 불통에 뿔난 게이머들이 항의 문구를 새긴 '탈 것'을 띄운 것이다.

연말을 맞아 거리로 나선 이들은 지레 홍보물이겠거니 했지만 사실은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불통에 항의하는 게이머들의 서신이었다.

당시 게임사는 한-일 차별, 고의적인 재화 구조 변경, 중요 행사 미공지 등의 문제가 들통나 게이머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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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 불통에 분노·집단 항의… 놀란 게임사들 “소통 강화” 적극
게임사 호요버스가 서비스하는 게임 ‘원신’ 이용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운영진의 불통에 항의하는 비행선을 띄웠다. 연합뉴스


트럭, 마차에 이어 비행물 시위까지 등장했다. 게임사 불통에 뿔난 게이머들이 항의 문구를 새긴 ‘탈 것’을 띄운 것이다. 최근 게이머들이 오프라인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은 직설적이다. 이 같은 집단행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게임사들은 ‘소통’에 방점을 찍은 사업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홍대 상공에는 난데없이 비행선이 표류했다. 연말을 맞아 거리로 나선 이들은 지레 홍보물이겠거니 했지만 사실은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불통에 항의하는 게이머들의 서신이었다. 게임 디자인을 담당한 인물이 과거 성차별적 혐오 발언을 한 게 화근이다. 이용자들은 게임사에 지속적으로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급기야 비행물을 띄웠다.

호요버스는 2020년 ‘원신’이란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세계적 유명세를 떨쳤다. 최근 홍대에 테마 카페를 조성했는데 이곳에 다녀간 상당수 게이머들은 비행선을 보고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 이번 시위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아카라이브 원신 채널’에서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선엔 ‘혐오표현 방치말고 개선의지 내비쳐라’ ‘뉘우쳐라 고객과의 소통없는 기업’의 문구가 양면에 새겨졌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는 일본에서 수입해 온 게임 ‘우마무스메’를 미숙하게 운영하다가 게이머들이 보낸 마차 시위에 맞딱뜨려야 했다. 당시 게임사는 한-일 차별, 고의적인 재화 구조 변경, 중요 행사 미공지 등의 문제가 들통나 게이머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했다.

게이머들은 사안에 대해 묵인하고 귀를 막는 게임사의 태도에 더 크게 반응한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있는 게임의 특성상 게임사가 소통을 거부했을 때 의혹은 눈밭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불어난다. 이 때문에 최근 게임사들은 짧은 주기마다 게이머와 직접 대화하는 창구를 마련하는 등 소통을 중요한 업무 과제로 삼고 있다. 소통에 매우 적극이었던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소속 금강선 전 디렉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빛강선’으로 불린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는 “가상 공간에서 현실의 자아와 다른 사회적 동질감과 내재적으로 공유된 가치, 이른바 세계관을 형성한 이용자들은 스스로 그 공간의 구성 주체로 인식하고 자신이 투입한 노력·재화·시간, 세계관으로서의 가치나 질서를 지키려 한다”면서 “민주적 가치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또 “게이머는 쌍방향 소통에 익숙하다. 활동적이고 창의적이며 상호적이다”면서 “게임사는 이용자에 대한 인식 수준을 기반으로 충분히 성숙한 소통과 서비스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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