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산서 피습 후 서울서 수술… "이낙연 신당 올스톱"

성지원, 강보현, 김정재 2024. 1. 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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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했다. 민주당은 이를 “괴한에 의한 피습 테러”로 규정하고 모든 당 일정을 취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신원미상의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뒤 쓰러져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피습당한 건 이날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가덕도에서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차량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가해자는 60대 남성 A씨로 머리에 ‘나는 이재명’이라고 쓴 파란색 종이 머리띠를 두르고 “사인 하나만 해달라”며 이 대표에게 다가갔다. 손에는 ‘총선 200석’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당 관계자가 남성의 접근을 제지하자, A씨는 곧바로 흉기를 꺼내 이 대표의 왼쪽 목을 가격했다. 이 대표는 목에서 피를 흘리며 자리에 쓰러졌고, 조정식 사무총장 등이 손수건으로 지혈했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22분 만에 도착한 119 구급차에 타고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부산 강서경찰서를 거쳐 부산경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대표는 목에 1cm 정도의 열상을 입었다.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쯤 헬기를 타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부산대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진에 따르면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 자칫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서울대병원으로 후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오후 3시 20분쯤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상처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날 사건을 “테러”로 규정한 뒤 당 내부 파장을 단속했다. 권 대변인은 “괴한에 의한 피습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사건 관련) 어떠한 추측도 자제 부탁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 대표는 가덕도 방문 직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사건 직후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통화에서 “대표의 상태는 어떻나”라고 물은 뒤 “저야말로 너무 걱정이 돼서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서울로 간다고 하니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위해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3일 지도부가 참석하기로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하례식에 대해서도 “피습 테러로 인해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는 3일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들에게 전한 공지에서 “현재 이 대표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며 “동요하지 마시고 대표님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은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발생한 당 대표 피습 사건이 미칠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부산대병원 인근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고,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당초 이번 주 출범 예정이었던 당 공천관리위원회 등 공식 기구 발족도 당분간 미뤄질 예정이라고 당 지도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르면 4일 신당 창당을 예고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사건 직후 페이스북에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부디 부상이 크지 않기를, 어서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썼다. 이 전 대표는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피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 폭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혁신을 주장하는 비주류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에게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


당내에선 갑작스러운 피습 사건으로 ‘이낙연 신당’ 등 비주류 이탈 움직임의 동력이 약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양당의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깨는 일이 손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도 이런 상황에서 신당 작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선 ‘올스톱’이다. 당 지지층도 민주당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도 “당분간 공개 행보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피습 사건을 극단 정치 풍토와 연결하기도 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개인주의화 된 개인 등이 상호작용을 해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도 “양 진영이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극단적 대립정치가 가져온 정치 테러”라고 분석했다. CNN은 이날 오후 관련 보도에서 “한국 정치는 깊은 양극화로 분열됐다”며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수감된 후 몇 년간 분열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성지원ㆍ강보현ㆍ김정재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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