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완화' 이어 '금투세 폐지'까지…총선 개미 표심 노렸나?
정부가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고 밝혔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정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김 차관은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사전 협의를 했다”며 이전부터 추진해온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였던 2020년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에서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지방세 포함 시 22%),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27.5%)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금투세 도입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의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당초 금투세는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12월 국회 여야 합의를 통해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했다.
정부가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차관은 “우리 기업의 실적이나 다른 여러 가지로 볼 때 한국 증시가 외국에 비해 충분히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금투세가 시행되면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실제 납부 여부는 수익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주식 시장에 불확실한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4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국회 입법 사안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만큼 실제 폐지까지도 난항이 예상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선택”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비롯한 각종 감세 정책들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 기조와도 상충한다. 정치적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2월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연말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 역시 총선 표심을 염두에 둔 정책 선회라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금투세와 연계된 증권거래세 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이날 김 차관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은 검토와 점검이 필요한 주제”라며 추후 논의하겠다고만 밝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 폐지를 통해 부동산으로 쏠린 자본시장 균형을 바로잡는 효과는 기대해볼 수 있지만, 정부가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부분적인 손질만 하면 오히려 큰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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