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넥타이 푼 한동훈 "4월 10일 이후 내 인생 생각 안 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방을 찾았다. 목적지는 중원의 핵과 보수의 본산인 대전과 대구. 총선을 100일 앞두고 시작한 전국 순회 세(勢) 결집 활동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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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부터 찾은 韓…“역전 승리의 상징”
한 위원장은 2일 오전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대전은 우리당에게,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승리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전을 비롯한 충청에서 이겨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등식이 자주 회자한다. 한 위원장은 이어 “저는 이 당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저희가 질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4월 10일 이후의 내 인생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각오도 밝혔다.
총선 승리를 위해 제시한 세 가지 키워드는 ‘상식·용기·헌신’이었다. 한 위원장은 “상식을 가진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며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 나는 헌신하겠다. 그리고 우리 당의 자산과 보배들에게 필요한 헌신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공천 조건과 당장 결부시키지는 않았다. 한 위원장은 현장에 온 기자들에게 “저는 취임 이후에 우리 (당의) 지역구 공천 신청자 명단을 안 봤지만, 각 지역 현안은 모두 봤다”고 했다.
신년인사회엔 포도 주스가 마련돼있었다. 평소 술을 입에 안 대는 한 위원장은 “제가 50년 살아오면서 제일 안 해본 게 건배 제의인데 오늘은 하겠다”며 “대전·충남·세종 승리합시다”라고 건배사를 했다.
한 위원장이 대전을 첫 지방 방문지로 정한 걸 두고 당에서는 “최근 당 지지세가 충청권에서 선방하고 있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힘 우세 지역 표심 굳히기에 나선 것”(지방 초선)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구에서는 “정치적 출생지”…지지 호소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TK)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른바 ‘텃밭’이라서인지 한 위원장은 대구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지난해 11월 17일 대구에 왔었다. 그때는 정치하겠다는 결정을 하기 전이었다. 그날 밤 세시간 동안 기차를 못 타면서 동대구에서 길게 줄을 선 대구시민들과 대화했다. 저는 ‘이런 동료 시민이자 생활인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이곳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이다. 이렇게 든든한 응원을 보내주는 대구·경북의 동지들과 함께 길을 만들겠다.”
지역민들도 이런 한 위원장에게 화답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외에 100여명의 지지자가 모여들어 응원했다. 한 위원장은 대구시당 연설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정치를 처음 하는 저에게 ‘대구·경북에 정체되거나 매몰되면 안 된다. TK를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TK는 우리 당과 자유민주주의 지키려는 사람들이 정말 어려울 때 끝까지 우리를 지켜준 우리의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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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피습으로 일정 축소…“언제든 병원 가고 싶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고려해 대구 일정을 조기 종료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오후 3시쯤 “오늘 18시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참석일정을 불가피하게 취소한다.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공지했다.
한 위원장은 사건 직후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입장을 냈다. 병원 방문 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제 마음이야 당연히 언제든지 중단하고 가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 방문하는 게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쪽 일정에 잘 맞추겠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이런 한 위원장의 반응을 본 일부 지지자가 “(피습 사건은 정치적) 쇼입니다”라고 외쳐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한동훈 위원장은 오늘 상황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일부 참석자들의 과격한 발언을 당과 한 위원장을 연관 지어 왜곡되게 해석할 경우에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심새롬·전민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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