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영화 찍은 이 감독,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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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대표하는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이후 또 다른 의미에서 인정받고 있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자신을 내 건 영화를 선보였다.
동시에 영화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억압하는 악습을 목격하는 감독을 내세우면서 촬영 윤리와 각종 금기를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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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영화 <노 베어스>의 공식 포스터. |
ⓒ 엠앤엠인터내셔널 |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이후 또 다른 의미에서 인정받고 있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자신을 내 건 영화를 선보였다. <써클>(2000), <붉은 황금>(2003), <오프사이드>(2006) 등으로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여러 금기 및 억압에 대한 반기를 들어온 그의 신작 <노 베어스>는 감독 스스로를 카메라 앞에 세워 놓은 채 결기 어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공개된 해당 작품은 이란 내 국경 인접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 본인이 직접 국가로부터 출국 금지를 당한 연출가를 연기했다. 자신을 둘러싼 배경 지식이 없는 외진 마을에 머물며 원격으로 영화 연출을 진행하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오해를 사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을에 큰 파장이 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실제 본인이 출연한 탓에 셀프 다큐멘터리 느낌이 나지만, 그 내용 자체는 극영화로 구성됐다. 페이크 다큐 형식을 차용한 일종의 극영화로 볼 수 있다. 극중 자파르 파나히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처음엔 존경받는 손님처럼 대접받지만, 정해진 사람과 결혼해야만 하는 운명을 거부하던 마을 청년들 사건에 연루되며 온갖 의심과 괴롭힘을 당한다.
표면적으로 <노 베어스>는 여전히 존재하는 이란 내 성차별과 억압, 각종 금기를 비판한다. 여자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마을 내 남자 아이 이름을 걸고 탯줄을 자름으로써 미래의 결혼 상대를 정하는 풍습이 큰 비극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동시에 영화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억압하는 악습을 목격하는 감독을 내세우면서 촬영 윤리와 각종 금기를 소환한다. 감독 본인이 찍고 있는 영화가 이민자의 거짓 행복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출연 배우 일부가 사실을 왜곡한다며 감독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묘한 긴장감이 싹튼다.
이란 전통 마을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 안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긴장감이 교차하는 구성인데, 그 힘이 꽤 강력하다. 같은 언어, 같은 문화권임에도 사회적 금기나 구습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2010년 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20년간 출국금지를 당한 상태다. 이후 케이크에 USB를 숨긴 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면서도 베니스나 칸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영화도 가택연금, 수감 중에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석방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평점: ★★★★(4/5)
영화 <노 베어스> 관련 정보 |
원제: No Bears 감독: 자파르 파나히 출연: 자파르 파나히, 나세르 하셰미, 바히드 모바세리, 박티아르 판제이, 미나 카바니 수입 및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러닝타임: 106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개봉: 2024년 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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