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힐링 되는 청소년 관람불가 '청소년 이야기'
[김형욱 기자]
▲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 포스터.? |
ⓒ 쿠팡플레이 |
2022년부터 넷플릭스 말고도 타 OTT 오리지널 작품들 중에 소위 '대박'을 치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다. 해당 OTT를 견인할 뿐만 아니라 OTT 시장 전체를 견인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경우다. 쿠팡플레이의 <안나>, 웨이브의 <악한 영웅>, 티빙의 <몸값>, 시즌의 <신병>, 디즈니플러스의 <무빙> 등이 떠오른다.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쉽지 않다.
턴은 다시 쿠팡플레이에게 넘어갔고 <소년시대>라는 작품이 2023년 극후반부 최고의 인기작으로 거듭났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청춘 학원 액션 코미디 장르인데 '무빙 신드롬'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대대적인 인기몰이 중인건 분명해 보인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한다. 하루라도 맞지 않는 게 인생의 목표인 온양 출신 장병태가 가정 이슈 때문에 부여로 이사 갔다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 '아산 백호' 정경태로 둔갑해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다분히 웹툰, 웹소설 느낌이 난다. 10대부터 50대까지 두루두루 보고 즐길 만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온양 찌질이 장병태와 아산 싸움꾼 정경태
1989년 충청남도 온양, 고2 장병태는 매일같이 맞으며 학교에 다닌다. 그러다 불법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던 아빠가 단속에 걸려 부여로 야반도주를 하고 만다. 새로운 곳에서 또 맞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병태. 한편 '아산 백호'로 이름이 드높은 전설의 싸움꾼 정경태는 부여농고로 전학을 앞둔 상태에서 부여농고 3대장을 때려눕히곤 병태의 자전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병태가 전학 간 학교 또한 부여농고다. 부여농고 5인방은 전설의 아산 백호 정경태를 영접하고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비슷한 장병태를 아산 백호로 착각하고는, 병태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도 모자라 병태를 앞세워 부여를 통일(?)할 꿈을 꾼다. 5인방의 꿈은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경태가 드디어 깨어나고 부여농고로 전학을 온다. 사고 전 기억이 없는 경태는 자신이 전설적인 싸움꾼인 것도 모른다. 일진뿐만 아니라 만인의 짱이 되고 싶었던 병태는 싸움의 가닥이 남아 있는 경태와 친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그러다 급기야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데, 때마침 경태의 기억이 돌아오고 만다. 과연 장병태와 정경태의 희한하고도 질긴 인연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관련 이미지. |
ⓒ 쿠팡플레이 |
와중에 부여농고 5인방 리더 양철홍의 행동이 눈에 띈다. '아산 백호'로 착각하고 병태를 떠받들기 시작한다. 물론 5인방의 다른 네 명도 똑같이 행동하지만 철홍은 다른 차원이다. 아산 백호를 모시는 게 마치 학교를 다니는 이유인 듯하다. 하여 정경태 아닌 장병태를 향한 의심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전설의 싸움꾼 아산 백호가 장병태든 정경태든 중요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를 앞세워 부여농고뿐만 아니라 부여를 통일해 안하무인으로 떵떵 거리며 살 생각뿐이었을 테다.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행동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여농고 5인방, 그중에서도 리더 양철홍이 진짜 빌런이라고 할 수 있다. 힘과 권력에 빌붙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거기에 자신의 존재는 없다. 그런가 하면 부여에서 가장 예쁘다고 소문난 부여여상의 강선화도 비슷한 류의 빌런이겠다. 그녀는 가짜 '아산 백호' 장병태와 사귀었다가 진실이 밝혀진 후 진짜 '아산 백호' 정경태와 사귀기 시작한다. 그와 사귄다는 건 곧 부여에서 가장 예쁘다는 증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성장의 친구들, 그리고 학교폭력
양철홍이나 강선화가 비열한 빌런이라면 정경태는 전형적인 빌런이다. 한편 병태와 어렸을 적 친구인 박지영과 병태가 전학 온 부여농고에서 친해진 친구 조호석 등은 없어선 안 될 캐릭터들이다. 병태가 몸과 마음을 성장시켜 나가는 데 있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병태 혼자서는 절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장병태의 성장이 핵심이지만 학교폭력이야말로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이다. 학폭 피해자들이 학교를 얼마나 지옥처럼 생각하는지 다분히 코믹스럽지만 날것 그대로를 담았다. 청소년들의 이야기지만 정작 청소년은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른이라고 해도 참기 힘든 장면들이 많다.
차치하고 <소년시대>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다방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겠다. 제작진은 촬영 기간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캐스팅하는 데 쏟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누가 나오는 장면이든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정녕 모든 장면과 모든 캐릭터에 정성을 쏟았다는 게 느껴졌다.
이유 있고 여유 있고 폼 나는 아이들의 시대가 기다려진다. '소년시대' 시즌 2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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