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기도하고 묵상하며 치유하는 ‘가평우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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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이었던 지난달 29일.
지난해 10월 문을 연 '가평우리마을'이었다.
기자를 맞이한 가평우리마을재단 상임이사 오경제 목사는 "쁘띠프랑스를 설계한 강병근 건국대 교수가 이 곳도 설계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평우리마을을 세운 주체는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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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자립준비청년 품는 보금자리로 키우겠다”
한 해의 끝자락이었던 지난달 29일. 달리는 차 옆으로 청평호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나지막한 언덕에 붉은색 지붕을 얹은 유럽풍 건물이 여러 채 보였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가평우리마을’이었다. 인근의 프랑스 문화마을 테마파크인 ‘쁘띠프랑스’와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기자를 맞이한 가평우리마을재단 상임이사 오경제 목사는 “쁘띠프랑스를 설계한 강병근 건국대 교수가 이 곳도 설계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평우리마을을 세운 주체는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다. 교회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에게 쉼과 회복을 주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다. 적지 않은 교회가 교외에 기도원을 세우는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시설 안팎으로 조성된 수려한 경관만 보면 흡사 고급리조트 같지만 위락 시설은 아니다.
교회는 장애인과 상처받은 이들을 비롯해 소외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길 꿈꾸고 있다. 축구장(7140㎡) 9개를 합쳐 놓은 면적인 6만6115㎡(2만여평) 부지에 장애인 작가를 위한 갤러리, 기도실, 도서관, 체육관,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숙소 등 20개 가까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방대한 규모와 세심하게 조화를 이룬 건축미가 연신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찬수 목사는 최근 교회 회지에 가평우리마을을 ‘복지적 섬김의 공간’으로 규정했다.
이 목사는 “긴 기다림 끝에 가평우리마을이 문을 열었는데 우선 성도들께 휴식과 회복을 주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면서 “조금 더 자리잡은 뒤 장애인과 그 가족, 소외 계층 등 도움이 필요한 여러 계층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확장해 복지적 섬김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신앙이 없는 분들도 기독교의 환대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개념을 도입해 설계한 시설 곳곳에는 장애인 램프가 설치돼 있었다. 장애인 숙소동은 휠체어가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한 흔적이 엿보였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들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걸 의미한다.
공간이 주는 평안함은 가평우리마을의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인공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속 마을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실내로 들어가면 ‘숨’이라는 이름의 아로마 향이 풍겼다. 이 향은 건축을 위해 처음 퍼냈던 흙냄새를 구현해 냈다.
회복과 쉼, 치유와 묵상을 위한 시설이라는 건 ‘침묵 티 하우스’에서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청평호 방향으로 배치된 개인 좌석은 티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다. 조용한 시설에서도 유독 고요한 곳으로 꼽을만 했다. 티 소믈리에의 안내를 따라 각 계절에 어울리는 잎과 꽃, 열매, 뿌리를 우려낸 차를 음미하며 묵상하는 자리다. 20분 남짓 묵상하며 찬송가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마음 속으로 읊조렸다. 지난 한 해 동안 마주한 일들로 탁해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가평우리마을은 전 재산을 기탁한 한 권사의 헌금이 마중물이 됐다. 이후 한 집사 부부가 부지 전체를 기증하면서 구체화됐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교인의 후원과 기도로 완공됐다. 30여개의 객실도 있는데 일반인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예약해 묵을 수도 있다.
오 목사는 “장애인과 소외 계층뿐 아니라 자립준비청년과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웃 섬김의 사명을 가진 교회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한 첫 사례로,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차근차근 사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평=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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