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도망가라" 중계에도…日 지진 사망자 48명으로 급증
공항·병원 마비…곳곳에서 피해 속출
규모 7.6 강진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하면서 현재 사망자는 첫 발표 당시 5명에서 48명으로 급증했다. 동일본대지진을 교훈 삼아 NHK 등이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지진 규모가 컸던 만큼 사상자가 앞으로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일 NHK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지진으로 인한 이시카와현의 사망자가 4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진 당시 건물 붕괴로 목숨을 잃었다. 중상이나 실종자는 현재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속출하고 있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이 시에서만 적어도 6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지진 피해로 일부 병원은 단수가 발생해 수술이나 투석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대부분은 병원 외벽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져 입원 환자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곳곳도 끊어져 주민과 관광객의 발도 묶인 상태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이시카와현 노토공항에는 현재 이용객과 인근 주민 등 약 500명이 공항 내 주차장에 고립됐다. 공항도 지진의 여파로 터미널 내부 유리가 깨지거나 천장이 내려앉는 등의 피해가 발생해 대피한 사람들은 모두 주차장의 버스나 렌터카 안에서 대기 중이다. 활주로에도 깊이 10cm, 길이 10m 이상의 균열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으나, 수리 인력도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복구 전망은 불투명하다.
와지마시 관광명소인 아사이치도리에서는 화재가 발생, 가옥과 상점 등 약 200동이 불에 탔다. 현재 거의 불길을 잡았으나, 지진에 의한 단수로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토반도에는 진도 2 이상 여진이 129회 관측되는 등 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오전 기준 이시카와현, 니가타현, 후쿠이현, 도야마현 등에서 여전히 무너진 건물이나 토사에 매몰된 주민을 구출하기 위한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동일본대지진을 교훈 삼아 NHK 등 일본언론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난 방송에 나서면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전날 NHK의 야마우치 이즈미 아나운서는 침착하게 지진 특보를 진행하다가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되자 "당신의 생명에 위험이 닥쳤다. 당장 대피해라", "집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당장 고지대로 달려라", "텔레비전을 보지 말고 도망가라"라며 절규하듯 대피할 것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아나운서가 침착하지 못하고 혼란을 가중시킨다", "시끄럽다"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같은 '고성 방송'은 재난 보도를 이어 온 NHK 아나운서실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 언론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일반 뉴스를 중계하듯 지진해일 경보를 침착하게 보도했고, 이에 대피하지 않아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NHK는 평소에는 냉정하게 뉴스를 전달하던 아나운서가, 갑자기 강하게 호소하는 '평소와 다른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을 택했다.
일본 미디어 뉴스포스트세븐은 NHK 방송실 관계자를 인용, "동일본대지진 이후 NHK는 대규모 재해 보도를 검증하고 개선해왔다"며 "2018년부터 2020년도에 걸쳐 전국 40개 이상 지역 방송국이 참가해 600페이지에 걸친 보도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언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시각각 알맞은 재난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을 때는 "안전해 보인다고 절대로 집에 되돌아가지 말 것" 등의 수칙을 공지하고, 해가 저문 뒤에는 생존을 위한 체온 보호하는 법, 취침 시 안전 매뉴얼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들어 배포했다. 대부분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사고를 발판으로 만든 것들로, 야간 화재 원인이었던 촛불 대신 스마트폰을 조명으로 활용하는 법 등을 알렸다.
여기에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을 꺼 휴대폰 배터리를 아끼는 법과, 필요 없는 생사 확인 연락으로 핸드폰이 방전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무사하다. 피난소에 있다. 절전을 위해 연락은 나중에 부탁한다'는 프로필 이미지도 공유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하루에 7억 빼돌리기도"…김병만 이혼전말 공개 - 아시아경제
- "일본 카페서 핸드폰 충전하면 잡혀갑니다"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김치나 담가라"…10대 주짓수 선수, 동덕여대 시위에 악플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