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또다른 시작"…12번의 삶과 죽음 겪는 '이재, 곧 죽습니다'
삶이 고통스러웠던 한 남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은 그저 내 고통을 끝내줄 하찮은 도구일 뿐’이라는 유서를 남기고서. 이후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깨어난 그에게 자신을 ‘죽음’이라고 소개한 한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해?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난달 중순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7년 차 취업준비생의 죽음,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최이재(서인국)는 신이 인간에 부여한 기회, 즉 일생 동안 단 한 번만 죽는다는 섭리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12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벌을 받게 된다. 그는 죽음을 코앞에 둔 12명의 몸속으로 차례로 들어가게 되는데, 죽음을 피하면 그 사람의 몸으로 새 인생을 살 수 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서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떠올리게 된다.
드라마는 네이버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원작 웹툰의 팬을 자처한 배우 서인국은 지난달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웹툰을 보면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제작 초입 단계였다. 그래서 작품에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했다”면서 “소재가 너무 신선했고, 12번의 죽음과 삶을 겪으면서 스스로도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제가 느낀 교훈을 시청자도 같이 느꼈으면 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세계관만 가져왔을 뿐 인물과 서사엔 큰 변화를 줬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하병훈 PD는 “최이재의 영혼이 들어가는 12명의 인물 중 6명은 웹툰에 없는 캐릭터다. 원작에서 가져온 캐릭터도 죽는 순간을 바꿔서 극적 연결성을 높이려 했다”고 본지에 말했다. 예능 PD 출신인 그는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2016)를 시작으로 ‘고백부부’(2017, KBS2), ‘18 어게인’(2020, JTBC) 등 시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다.
사후세계를 소재로 작품을 쓰던 중 웹툰을 접하고 이번 드라마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코로나19보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기사를 접했다. 일방적인 교훈을 전하기보다는 죽음과 자살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이 요즘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두운 소재인 만큼 잔인한 연출도 있다. 이에 대해 하PD는 “잔인한 장면을 두고 고민했지만, 무엇보다 보는 분들이 최이재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이를 통해 죽음의 공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작에서 관건은 최이재의 영혼이 들어가는 12명의 인물 캐스팅이었다. 서인국과 죽음 역할의 박소담을 비롯해 김지훈·이도현·오정세·김재욱·이재욱·고윤정 등 인지도와 연기가 되는 배우들을 섭외하는 10개월 동안 ‘PD가 미니시리즈 6개를 동시에 기획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각양각색의 배우들이 참여한 만큼 드라마는 각종 장르를 넘나든다. 첫 회부터 비행기가 폭발하고, 교도소 8대1 격투 및 오토바이 추격 장면 등 액션부터 잔혹한 스릴러, 설레는 로맨스까지 다양하게 담아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대중의 다양한 취향을 일일이 맞추기 어려워진 요즘, 여러 장르를 담아내 드라마 유입을 수월하게 했다”면서 “또 펼쳐놓으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각 인물의 사연을 압축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담아내 숏폼(짧은 동영상) 등 짧은 서사에 익숙해진 대중의 속성을 잘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총 8부작인 ‘이재, 곧 죽습니다’는 파트1의 네 편이 지난달 먼저 공개됐다. 공개 후 2주 연속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차지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공개됐는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드라마는 공개 일주일 만에 43개 국가에서 톱10에 진입했다. 특히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상위권에 올랐다. 5일 파트2의 네 편까지 전편이 공개된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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