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는 수입품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에서는 우리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 설명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공화’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보다 공화에 대해 다루는 글은 많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화‘. 창작그룹 ’성찰과성장‘은 [처음 만나는 공화주의] 연재를 통해 ’공화주의‘에 대해 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기자말>
[성찰과성장]
▲ [처음 만나는 공화주의 - 2편 동서양의 공화 역사] 표지 |
ⓒ 성찰과성장 |
공화(republic)의 유래
서양에서 사용되는 '공화국' 또는 '공화'라는 용어는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기원했다. 이 라틴어 표현에서 'res'는 '사물', '물건', '재산'을 의미하는 명사이며, 'publica'는 '공적인'을 뜻하는 형용사다. 이 두 단어의 조합을 간결하게 해석하면, '레스 푸블리카'는 '공적인 것' 또는 '공공의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는 공화주의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복리를 중시함을 암시한다.
▲ 공화주의 공화는 ‘혼합정’과 ‘공동의 이익’을 동시에 의미한다 |
ⓒ 성찰과성장 |
공화주의의 진화
르네상스 이후 이탈리아의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미국의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Jr), 프랑스의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등 여러 철학자에 의해 공화주의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담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자와 인민(people)이 덕성을 갖춘 상태에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절대권력을 제한'하는 형태의 공화정을 제안했다. 이와 비슷하면서 다르게, 제임스 매디슨은 다수가 권력을 독점해 소수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로서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호 견제와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공화를 '혼합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토크빌은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시민의 자발적 결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공화 사상가들의 이론은 공화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오래 전 동양에도 이미 ‘공화’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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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는 서양만의 개념이 아니었다. 동양의 '공화' 개념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사마천의 '사기본기(史記本紀)'다. 기원전 841년, 주나라 백성들이 려왕(厲王)을 나라 밖으로 추방한 후, 13년 간 왕이 없는 상태에서 주공(周公)과 소공(召公)이라는 두 재상이 정치를 맡았다. 이 시기를 가리켜 '공화'라고 불렀다. 후에 공백화라는 인물이 려왕을 대신해 국가를 통치했다는 기록이 발견되긴 했지만, 역사적 맥락을 떠나 '공화'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왕이 없는 상황에서 신하들이 국가를 다스리는 상황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 려왕 사례를 통해 우리는 '공화'가 단순히 서구에 국한되지 않고, 동양에도 그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조선의 독립운동가는 ‘공화’가 낯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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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는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고 자연스레 인식했다. 이러한 생각은 임금이란 백성을 위해 나라를 다스리는 존재이며, 만약 임금이 주권을 빼앗겼다면(혹은 포기했다면) 백성이 직접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 헌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명시했으며, 1948년 제헌헌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 것은 단순히 서양의 '공화' 개념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맥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화주의는 서양만의 전유물이 아닌, 동양에서도 과거부터 이어 내려온 가치였음을 잊지 말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 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
글 작성 ・ 편집 : 김설, 박배민, 신동주
(성찰과성장.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캠페인즈, 얼룩소 등 타 공론장에도 함께 기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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