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99일 앞두고 이재명 피습…여야 "발언 조심하라" 자제령

김기정, 오욱진 2024. 1. 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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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99일 앞두고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소식에 2일 정치권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 피습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경찰 등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한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직후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 대표가 이송된 부산대병원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연 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경찰이 이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주길 바란다”(권칠승 수석대변인)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 피습 사건 발생 직후 홍익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이 대표의 상태와 당 운영 관련 사항들은 지도부와 신속하게 파악 및 협의하여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말조심을 당부했다. 3일 오전 10시 30분 비상의원총회 소집도 알렸다.

조만간 민주당을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대표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부디 부상이 크지 않기를, 어서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종민ㆍ윤영찬ㆍ이원욱ㆍ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속한 ‘원칙과 상식’도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여권도 한목소리로 이 대표 피습 규탄 및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대전을 방문 중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선 한 위원장은 “만약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달라”며 “그것이 우리 국민의힘이 수준 높은 정당, 수준 높은 시민이 동료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오후 6시로 예정된 대구ㆍ경북 신년교례회 참석은 취소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에 따른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내 공지를 통해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발언 자제령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피습에 따른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선 직후 누린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영남지역 초선 의원)는 우려가 크다. 당 관계자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대표가 피습당한 사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심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는 눈치다. 당 중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인사들이 곤혹스럽게 됐다”며 “분열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 과반 여론이 윤석열 정부 심판을 기대하는 등 총선 구도는 이미 굳어진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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