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미르, 데뷔는 용의 해…롯데 ‘특급 이도류’ 승천한다

고봉준 2024. 1. 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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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인 전미르가 2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새해를 뜻하는 ‘2024’ 숫자 풍선을 들고 웃고 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김해=송봉근 기자

이른바 ‘좌청룡 우백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큰 뜻을 품고 자라라고 맏이에겐 ‘백호’라는 이름을, 동생에겐 ‘미르’라는 이름을 지어줬단다. 이렇게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 미르라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안고 태어난 막내아들이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승천을 꿈꾼다. 바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이도류 신인’ 전미르(19)다.

전미르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타자와 투수로 두각을 나타내며 특급 유망주로 불렸다. 마운드에선 시속 150㎞의 강속구를 힘차게 뿌렸고, 타석에선 시원한 장타를 펑펑 터뜨리며 지난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자신의 이름과 연이 닿은 ‘미르의 해’ 2024년을 맞아 힘찬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전미르를 2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났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린 전미르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고등학생 때는 몰랐던 단점을 여기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 체력 보강부터 기술 보완까지 코치님들께 틈나는 대로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신장 1m87㎝, 체중 95㎏의 탄탄한 체구를 지닌 전미르는 경북고 시절부터 특급 이도류로 평가됐다. 지난해 성적이 이를 대신 말해주는데 투수로는 14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67과 3분의 2이닝 10자책점)로 호투했고, 타자로는 27경기 타율 0.346(81타수 28안타) 3홈런 맹타를 휘둘렀다.

이도류답게 공과 배트를 쥔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미르. 김해=송봉근 기자

지난달 졸업식을 마치고 상동구장에서 합숙을 시작한 전미르는 “오전 8시 선수단 미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어 워밍업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뒤 보강운동과 컨디셔닝으로 오전 훈련을 마친다. 또, 파트별로 오후 훈련을 소화한 뒤 저녁에는 개별로 야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고 설명했다. 꽉 찬 하루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곳은 운동 말고는 할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전미르는 형 백호를 따라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형이 “친구 생일파티를 가야 한다”며 훈련을 빠진 뒤 그 뒤로 아예 초등학교 야구부를 나가버렸단다. 그래도 야구가 좋았던 동생은 계속 남아 꿈을 키웠다.

지난달 12일 프로농구 KCC-한국가스공사전이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시투를 한 전미르. 사진 KBL

전미르의 어린 시절을 가장 잘 기억하는 이는 초중고 그리고 롯데까지 계속해서 동고동락하고 있는 2년 선배 진승현(21)이다. KIA 타이거즈 진갑용(50) 수석코치의 아들로도 유명한 진승현은 “(전)미르는 중학교 때까지는 체구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 후 몰라보게 키가 크면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운동 신경이 타고났는데 다부진 체격까지 더해지면서 뛰어난 유망주가 됐다”고 귀띔했다.

진승현의 설명대로 전미르는 남다른 운동 능력의 소유자다. 또래들과 비교해 상체는 잘 발달해있고, 하체 역시 탄탄하다. 투수와 타자로 함께 뛰면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 이유다. 전미르는 “친구들과 비교해 헬스장에서 무게를 조금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또, 어릴 때부터 체육시간에는 늘 1등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대통령배에서 역투하고 있는 경북고 전미르.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한 전미르는 대통령배 타격상을 수상했다. 김종호 기자

프로야구에선 투수와 타자를 겸하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에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라는 세계적인 이도류가 있지만, 오타니 역시 여러 차례 부상을 겪었다. 전미르를 지도할 김태형(57) 신임 감독의 고민이 큰 이유다. 전미르는 “투타 겸업은 구단과 계속 이야기 중이다. 일단 감독님께선 ‘스프링캠프 전까지는 마음껏 해보면서 많이 느껴보라’고 하셨다. 훈련을 하면서 진로를 정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용의 기운을 안고 성장한 특급 이도류는 공교롭게도 용의 해인 올 시즌 프로로 데뷔한다. 전미르는 “주위에서도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나 역시 용의 해를 맞아 데뷔하게 돼 신기하다”고 웃었다. 이어 “미르라는 이름이 정말 예쁘지 않나.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감사하면서 살았다. 이 좋은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프로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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