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 네타냐후 ‘사법부 무력화’ 제동…거국내각 균열 생기나

김민정 2024. 1. 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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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이 추진했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무효화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대법원의 조치에 불복하면,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잠시 봉합됐던 이스라엘의 내부 분열이 재현되고 전시 비상내각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내 병력 일부를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날 지난해 7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가결된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을 무효로 처리했다. 대법관 15명 중 8명은 무효 처리에 찬성했고, 7명은 반대했다.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문제의 입법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기본 성격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기본법은 대법원의 '합리성 판단 권한'을 폐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스라엘에선 대법원이 합리성 기준에 따라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행정부 장관 임명 등을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행정부의 결정을 공무원인 법관이 무효화하는 건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사회는 네타냐후가 자질 없는 측근을 요직에 임명하는 길을 열려는 시도라며 대규모 시위 등으로 맞섰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22년 12월 취임 직후 아리예 데리 샤스당 대표를 내무 및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대법원은 탈세 혐의로 처벌받은 데리 대표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며 임명 19일 만에 장관직을 박탈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은 '사법 개편'을 추진했다.


전쟁 비상 연정 균열 생기나


이번 대법원의 조치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격 및 인질 문제와 관련해 사임 요구에 직면한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 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조처를 한다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구성된 전시 통합 비상 연정의 업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제2 야당 국가통합당 대표로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여해 표결권을 행사하는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은 네타냐후의 사법 개편에 반대해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대법원의 조처에 반발해 대응에 나선다면 전시 내각에서 간츠 전 장관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네타냐후와 연정을 이뤘던 극우 초정통파 인사들이 내각 다수가 돼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날 간츠 전 장관은 "전쟁 직전 우리는 극단적인 분열을 겪었고 증오를 품었다"며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이 논쟁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IDF)이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일대에서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군(IDF)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수 주 내로 5개 여단과 수천 명의 병력을 철수시킨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훈련 업무를 담당했던 3개 여단 병력은 본대로 돌아가 평시 임무를 수행하고, 예비군 부대 병력은 산업 현장으로 돌아간다. 단 하마스와 전투가 이어지는 칸 유니스 등 가자지구 남쪽과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다라즈, 투파 지역 등에서는 종전 병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병력 철수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박 속에 민간인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강도 군사 작전'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졌다. 저강도 작전은 무차별 폭격 대신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을 지향하고, 지상군 병력의 투입 규모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그간 이스라엘에 고강도 전면전 대신 정밀 타격 중심의 저강도 전투로의 전환을 촉구해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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